"내년 한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5%를 달성하겠습니다."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에서 개막한 전기차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에서 만난 부홍셩 베이징자동차 마케팅 총괄은 국내 판매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베이징차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중국 내 합작 회사인 베이징현대를 만든 회사로, 지난해 미국 테슬라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업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약 3만대 규모였고 현대·기아차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 전기차를 출시하지도 않은 베이징차가 1500대 이상을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내연기관 차로는 한국에 제대로 진출조차 못한 중국이 전기차를 앞세워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전기 버스를 국내에 수출한 적은 있지만 중국산 전기 승용차가 들어오지는 않았다. 이날 베이징차의 전시회 참가는 사실상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 던지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베이징차 전시 부스는 270㎡로 360㎡인 현대자동차보다는 작았지만 180㎡인 기아자동차보다 컸다. 이날 행사를 둘러본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베이징차는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와 각종 첨단 성능, 가격 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판매를 시작하면 국내 업체들에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차, 국내에 없는 전기차 저렴하게 출시

베이징차가 이번에 전시한 차량 중 가장 주목받는 모델은 지난달 출시된 중형 전기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EX5였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배기량이 아니라 기존 내연 기관 차량의 크기와 비교해 차급을 나눈다. EX5는 현대차 투싼과 비슷한 크기다. 베이징차 한국 법인인 북경모터스의 심상인 상무는 "현재 국내 업체가 내놓은 전기차 중에는 중형 SUV가 없다"며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 차는 한 번 충전으로 415㎞ 주행이 가능하다.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전기차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2019’를 찾은 관람객이 중국 베이징자동차 EX3를 둘러보고 있다.

국내 출시 가격은 관세를 감안해 4500만~4800만원 사이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기아차의 준중형 SUV 전기차인 니로EV가 최저 4780만원에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EX5를 니로보다 더 싼 가격에 살 수도 있다. 니로EV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385㎞로 EX5보다 짧다.

베이징차의 대표 전기차 세단인 EU5는 베이징차가 메르세데스-벤츠와 공동 개발해 만든 차량이다.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4만6000대가 판매됐다. 부홍셩 총괄은 "이 차량엔 특히 바이두·보쉬·하만 등 글로벌 IT(정보기술)·전장 업체들과 손잡고 만든 최신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적용됐다"며 "운전자의 습관에 맞춰 실내 온도, 등받이 각도, 조명 등이 자동 조절된다"고 말했다. 소형 SUV EX3는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무려 501㎞에 달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현대·기아차 전기차 전시하며 맞불

현대·기아차도 전시회에 인기 전기차를 전시하며 안방 사수에 나섰다. 현대차 부스에 전시된 차량은 이날부터 현대차가 판매를 시작한 '더 뉴 아이오닉 일렉트릭'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차량의 주행 거리는 기존 아이오닉 일렉트릭보다 35.5% 길고 전방 충돌 방지, 전방 충돌 경고, 차로 이탈 방지, 차로 이탈 경고, 운전자 주의 경고 등 다양한 안전 기능도 기본 적용했다"고 말했다. 기아차도 대표 전기차인 쏘울 부스터 EV, 니로 EV 등을 전시했다. 국내 업체인 에디슨모터스는 전기 버스를, 국내 전기차 업체 마스타는 각종 상용 전기차를 선보였다.

외국 업체 중에는 독일 포르셰가 전기차 콘셉트카인 '미션E'를 국내에 처음 공개했다. 내년 전 세계 출시 예정인 포르셰 최초 전기차 '타이칸'의 원형이 되는 차량이다. 일본 닛산은 지난 3월 국내에 출시한 신형 리프를 전시했다. 리프는 현재까지 40만대 이상 판매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