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약품 유통 전문기업인 쥴릭파마가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치료제의 공급과 수요를 전망하는 빅데이터 솔루션을 구현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IT 인프라가 잘 구축된 우리나라에서 먼저 의약품 유통에 관한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글로벌 사업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존 데이비슨(사진) 쥴릭파마 본사 CEO는 최근 조선비즈와 만나 "현재 전세계적으로 헬스케어 업계가 당면한 어려움 중 하나는 의약품 공급망과 관련된 정확한 전망이 안된다는 것"이라며 "올 5~6월 중 한국 시장의 의약품 유통현황을 망라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향후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한 솔루션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쥴릭파마는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의약품 유통 전문기업이다. 우리나라에는 1997년 진출해 약 22년간 약국, 병·의원 등 의약품 공급을 담당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 약국의 90% 이상이 쥴릭파마로부터 약을 받고 있으며 파트너를 체결한 제약회사, 의료기관 등은 35만여 곳에 달한다.

데이비슨 CEO는 "아시아 지역에서 약 130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는 쥴릭파마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헬스케어 서비스에 집중 투자를 해나가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 공급되는 의약품 유통 경로 추적에서 개개인 환자의 의약품 복용 관리까지 제약회사와 환자를 연결해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쥴릭파마가 한국을 새로운 헬스케어 연구의 장으로 삼은 것은 시장의 특이성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전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13위 정도 국가이지만, 시장에서 나오는 혁신 아이디어, 기술력 등은 다른 국가의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며 "IT 신기술 분야에 있어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3~5년 정도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6~7년 전 쥴릭파마코리아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온라인 의약품 몰(mall)’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먼저 개발해 홍콩, 싱가포르 시장에 적용한 사례다. 이 플랫폼은 약사가 온라인으로 약을 주문하도록 해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데이비슨 CEO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의약품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시장 예측 솔루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의약품을 생산회사에서 약국까지 전달하는 일 뿐 아니라 의약품 수요와 공급을 조율해 환자 치료 관리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포석이다.

이같은 쥴릭파마의 의약품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은 ‘데이터 컨소시엄’을 기반으로 한다. 쥴릭파마는 빅데이터 구축을 위해 국내에 계열사로 보유 중인 경동사와 10여개 의약품 도매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의약품 유통 현황 정보를 공급 받기로 했다.

이 데이터 컨소시엄은 현재 지역별 정보 수집과 제공 단계까지 1차 구현을 마친 상태다. 쥴릭파마는 앞으로 대학과 연계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솔루션을 만든다. 이 의약품 시장 분석 솔루션이 나오면 제약회사들은 의약품 재고 관리와 회수 등 관리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데이비슨 CEO는 "앞으로 어떤 시기에 특정 의약품 수요가 늘어나고 최고조에 도달하는 지, 계절적 요인은 무엇이 있는 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서 "이런 방법을 통하면 환자가 필요한 의약품을 적재적소에 공급할 수 있고, 과잉 재고 역시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과잉 재고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회사 입장에서 낭비나 다름없다. 유통 과정에서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비용 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비용이 줄면 환자에게 돌아가는 약값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특정 지역에서 의약품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경우 이 솔루션을 이용하면 재고 지역의 의약품을 확인하고 2주 내 필요한 지역에 공급할 수 있다. 현재 의약품 유통과 재고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제품 출고 후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

데이비슨 CEO는 "전세계에서 매년 300만명이 백신 부족으로 사망하는 원인의 15% 정도는 유통 과정이라는 보고가 있다"면서 "한국이나 다른 어느 국가 의 시장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투명성이 강화돼야 하고 빅데이터·AI를 활용한 혁신 솔루션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우리는 한국의 제약업계 그리고 의료서비스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지속하고자 한다"며 "환자들의 약 먹을 시간 등을 알리는 리마인더 서비스와 의약품 안전 공급을 위한 추적 서비스 등 현재 다양한 시도들을 좀 더 기술 중심으로 접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