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땅 면적이 작아 전력의 탈집중화가 활성화되기 어렵겠지만, 한전이 전력 판매 시장을 독점하는 현 상황이 영원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김종갑 한국전력(015760)사장은 30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녹현리서치, 법무법인 율촌, (사)우리들의미래가 공동으로 주관한 제2회 스마트에너지포럼에서 '전력산업의 변화와 스마트에너지’를 주제로 강연하며 "전력산업의 발전, 송전, 배전, 판매에 디지털을 결합한 다양한 건설, 금융, 통신, 운송물류, 제조, IT 융복합 사업이 생겨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하인드 더 미터(Behind the Meter) 시장에서는 누가 전력사업에서 잘할 지 모른다"며 "한전도 수소에너지와 전력망을 연계하고 통신과 IT기술 등을 융합한 미래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하인드 더 미터 시장은 전통적인 유틸리티 영역을 넘어 고객이 에너지 수요자에서 공급자로(prosumer), 비즈니스 대상에서 파트너로(customer education)의 변화를 의미한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30일 스마트에너지포럼에서 ‘전력산업의 변화와 스마트 에너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스마트에너지산업포럼은 에너지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스마트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지난 2월 발족됐다. 조환익 전 한국전력 사장(현 녹현리서치 대표)이 의장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에너지업계는 디지털변환과 기후변화라는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며 전력산업의 거대한 흐름인 3D를 제시했다. 3D는 신재생발전·전기차 기술을 중심으로 한 '탈탄소화’(Decarbonation), 신재생발전·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산업의 탈집중화’(Decentralization), 빅데이터·사물인터넷·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변환’(Digitalization)을 말한다.

김 사장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발전업계도 발전, 송전, 배전, 판매에 디지털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따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전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국내 소비자들은 전기에 대해 싼 가격에 많이 써야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가격보다 가치를 앞세우려면 국민들에게 모든 것(정보)을 공유하고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도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방향으로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평소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싸다 보니 전력 과소비가 심해지는 만큼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발전에 사용되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동제 실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