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국제선 항공편 신규 노선의 주인이 이르면 다음 달 2일 확정된다. 지난 3월 열린 한·중 항공회담에서 노선 운항 횟수가 1주일에 70회(왕복 기준) 늘어났는데, 이 중 상당수가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에 돌아갈 전망이다. 1개 노선에 한두 개 업체가 취항하던 '독점 노선'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1994년 말 이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독식해 온 노선의 빗장이 풀리면 중국행 항공권 가격이 평균 20~30% 내려가고, 출발·도착 시간도 다양해져 소비자들이 한층 편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행 항공권 가격, 20~30% 내려갈 듯

한·중 항공 당국은 지난달 항공 회담에서 인천~베이징, 인천~상하이 노선의 주당 운항 횟수를 45회와 36회로 각각 14회, 7회씩 늘렸다. 인천과 옌지·선전·선양을 잇는 노선은 각각 주 14회에서 21회로 7회씩 늘렸다. 통상 실제 운항 증편까지는 3~4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인 대형 항공사는 물론 저비용 항공사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노선 운항 경험"(제주항공)" "좌석 간격이 넓은 항공기"(에어서울) 등 강점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국토부에 심사 자료를 제출했고, 발표 당일 오전 항공교통심의위원회에서 자신들의 운항 계획과 강점 등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이어 이날 오후 곧바로 노선 배정 결과가 발표된다.

항공 요금 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skyscanner.co.kr)'에 따르면, 6월 3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6일 돌아오는 일반석 왕복 항공권의 최저가(29일 기준)는 대한항공이 38만2400원, 아시아나는 34만5863원이었다. 상하이·중국남방·중국동방 등 중국 항공사의 최저가는 24만~27만원 정도로 1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항공 업계에선 앞으로 한·중 노선이 한·일 노선처럼 변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국내 대형 항공사와 LCC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인천~후쿠오카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15만5137원)과 아시아나(15만3101원), 진에어(14만1700원), 티웨이항공(12만5672원), 이스타항공(11만7414원), 제주항공(11만5600원), 에어서울(11만4900원)까지 다양한 가격과 시간대의 항공권이 나와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이 754만명으로 2년 새 50% 가까이 늘어난 데는 다양한 가격과 시간대의 항공권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 LCC 관계자는 "노선 배정이 확정되면 현지 지점 개설 등을 거쳐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설 것"이라며 "정상가의 50% 이하이거나 유류 할증료만 내면 되는 특가 항공권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중국을 향하는 이들의 편의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인천~베이징·상하이 등 12개 핵심 노선을 제외한 지방 노선에서 최대 주 14회까지 2개 항공사가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대구, 김해, 제주 등 국내 주요 지방 공항과 중국 41개 지방 공항을 연결하는 노선 개설도 쉬워진다.

◇면세점·화장품 업계도 반색

한·중 항공 노선 증가에 대해 관광 업계 등의 기대감도 높다. 한국행 단체 여행을 금지한 중국의 금한령(禁韓令)이 조금씩 풀릴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항공 노선이 확대되면 방한(訪韓) 중국 관광객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보따리상에 의존하던 면세점(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과 화장품(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카지노(파라다이스) 업계도 이 같은 호재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올 1분기 중국인 입국자 수는 약 133만명으로 지난해 1분기(105만명)에 비해 26.6% 늘었다. 지난 3월에는 48만7623명이 한국을 찾아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2017년 3월 이후 월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최대 서우두공항의 2배 규모인 베이징 인근 다싱공항이 9월 말 개항을 앞두고 있어 항공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