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비도 신는 친환경 신발
사탕수수 샌들, 페트병 신발 인기...아디다스, 무한 재활용 공정 개발

영국 패션 아이콘 메건 마클이 신어 더 유명세를 탄 친환경 운동화 베자.

할리우드 배우로 영국 해리 왕자와 결혼한 메건 마클은 다이애나비에 이은 패션 아이콘으로 주목받는다. 그가 입고 들기만 하면 완판되는 건 시간 문제. 그런 그가 요즘 즐겨 신는 신발이 있다. ‘V’ 로고가 선명하게 들어간 운동화 베자(Veja)다. 영국 온라인 패션 검색 플랫폼 리스트(Lyst)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메건 마클이 신은 후 베자는 온라인 검색량이 113%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여성 인기 패션 제품 순위에서 어글리 슈즈를 누르고 3위에 올랐다.

베자가 뜬 이유는 단지 메건 마클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2004년 프랑스에서 탄생한 베자는 유기농 면과 가죽, 야생 아마존 고무를 사용해 운동화를 만든다. 가격은 120~195달러 선으로 나이키, 아디다스보다 높지만, 친환경 운동화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베자는 2017년 전 세계 40개국, 1500여 개 매장에서 2800만 달러(약 32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미국 IT미디어 와이어드는 베자를 ‘세상에서 가장 쿨하고 윤리적인 상품’이라 평했다.

요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올버즈(Allbirds)가 인기다. 2016년 창업한 올버즈는 천연 양모로 갑피(발등을 감싸는 부분)를 만들고 버려진 페트병으로 운동화 끈을 만든다. 또 사탕수수 폐기물로는 샌들 밑창을 만든다. 이 브랜드는 창업 2년 만에 100만 켤레를 팔아 2017년 5000만 달러(약 58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단조로운 디자인의 양모 신발로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에게 인기를 끈 올버즈.

양모로 만든 신발은 합성섬유로 만든 신발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60% 적은데다, 무게가 가볍고 통기성이 뛰어나다. 올버즈는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에게 ‘가볍고 편한 신발’로 구전됐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트위터 전 CEO 딕 코스톨로 등이 신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운동화계의 애플’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미국 여성화 로티스(Rothy’s)는 페트병으로 만든 플랫 슈즈로 호응을 얻었다. 버려진 플라스틱 병에서 실을 추출해 신발 상단을 짠다. 니트 형식의 신발이라 착용감이 편하고, 세탁기에 돌려 빨 수 있는 게 장점. 신발 한 켤레에 3개의 페트병이 사용되는데, 2016년 론칭한 이래 지금까지 2900만 개 이상의 물병을 재활용했다. 이 신발 역시 메건 마클이 신어 화제를 모았다.

친환경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리스트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지속가능한 패션을 찾는 검색량이 66% 증가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웹인덱스 조사에서는 밀레니얼 세대 61% 가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사겠다고 응답했다. 경기 불황에도 파타고니아, 에버레인 같은 친환경 패션 기업이 성장하는 이유다.

미국 여성화 로티스는 버려진 페트병에서 추출한 실로 3D 편직해 플랫슈즈를 만든다.

반면 신발 산업은 지속가능성과 거리가 멀다. 영국에선 매년 120억 개의 신발이 생산되고 이중 85%가 쓰레기 매립지에 들어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운동화의 경우 다양한 재료와 접착제가 사용되기 때문에 재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신발 공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 스포츠 의류용품 브랜드 아디다스는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 폐쇄 순환 시스템을 개발했다. 신발 상단부터 바닥까지 100%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 소재로 제작해, 제품의 수명이 끝나면 다시 신발을 회수해 새 신발을 만들 수 있다. 아디다스는 2016년부터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로 ‘오션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를 개발해 러닝화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1100만 켤레의 신발을 만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