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온라인 동영상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 세대의 영화 취향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극장에 가서 시도 때도 없이 춤추는 장면이 나오는 전형적인 발리우드 영화를 보는 대신 스마트폰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앱으로 인도 내 사회 문제를 비판하는 영화나 외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 해 1000편이 넘는 영화를 찍어내는 인도는 할리우드를 넘어선 세계 최대의 영화 대국이다. '군무(群舞)'는 그동안 인도 영화의 상징이었다. 그동안 서민들은 한 번에 100루피(약 1630원)을 내고 수백 명씩 들어가는 큰 영화관에서 함께 춤추며 삶의 애환을 달랬다. 그래서 권선징악·군무·해피엔딩이 필수로 들어가는 이런 영화를 '마살라(인도 향신료) 영화'라고 불렀다.

하지만 도시의 젊은 세대, 그리고 중산층을 중심으로 '마살라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늘고 있다. 이들은 대신 인도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인 빈곤·여성 인권·범죄 문제를 다룬 영화를 선호한다. 지난달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발리우드 영화의 중심지인 뭄바이에서는 실제로 영화 내 춤 장면이 줄어 실직하는 전문 댄서들이 늘고 있다. 후발 주자인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이런 변화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말 출시한 '델리 크라임'은 2012년 뉴델리 여대생 버스 집단 강간 사건을 소재로 해 인기를 끌었다.

인도 젊은 층은 미국 문화를 넘어 한류 등 외국 문화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도 OTT 업체 ZEE5는 최근 한국 드라마 7편과 영화 30편을 수입해 방영하기로 했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삼성 갤럭시 폰에 기본 탑재된 OTT 앱 '마이 갤럭시'에도 지난달 한국 드라마와 음악 프로그램 영상이 처음으로 올라갔는데 인도 영상보다 최대 12배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