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이용자라면 최근 넷플릭스 콘텐츠 중에서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라인업이 유독 늘어난 것을 느꼈을 겁니다. 넷마블에서 게임으로도 제작 중인 ‘일곱개의 대죄’를 포함해 원펀맨, 울트라맨 등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또 올해 6월에는 에반게리온 시리즈도 넷플릭스에서 새롭게 공개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늘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새로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 나온 디즈니의 OTT 시장 도전 예측은 최근 현실이 됐습니다. 디즈니는 지난 11일 월 6달러99센트에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올해 11월 12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디즈니는 올해 극장에서 개봉한 ‘캡틴 마블’ 이후 마블 작품들은 디즈니플러스에서만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마블 콘텐츠를 포함해 자사가 제공하는 콘텐츠 계약을 종료하면서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이전보다 30%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디즈니의 마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인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 등의 후속 시리즈는 제작이 중단됐습니다.

이에 넷플릭스는 마블 등 디즈니에서 제공하던 콘텐츠의 공백을 메울 방안을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파급력은 디즈니가 보유한 IP와 견주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화 ‘황산벌’과 ‘왕의 남자’, ‘동주’, ‘박열’ 등의 감독을 맡았던 이준익 감독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전 세계의 대중들에게 ‘드래곤볼’, ‘원피스’ 그리고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파급력은 이미 십여년 전부터 디즈니나 마블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넷플릭스의 일본 애니메이션 섹션. 최근 넷플릭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다.

미디어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일본 애니메이션 라인업 강화와 관련해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OTT 시장에 도전하는 디즈니에 대한 견제 방안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콘텐츠의 다양화를 꾀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달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아니마, 서블리메이션 데이비드 프로덕션과 콘텐츠 제작 협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얼터드 카본: 리슬리브’, ‘드래곤즈 도그마’, ‘스프리건’ 등 드라마와 게임 등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입니다.

존 데르데리앙(John Derderian) 넷플릭스 일본 콘텐츠 총괄 디렉터는 "2019년 넷플릭스는 2018년보다 더 많은 일본발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공급할 것"이라며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과 창작가에게 넷플릭스를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가장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IP 공룡 디즈니에 맞선다는 넷플릭스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