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장 기업 7곳 중 1곳이 3년째 번 돈으로 빌린 돈의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좀비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기업 비중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년 상장 기업 1362곳의 재무 지표를 분석한 결과 14.8%인 201곳이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지 못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 미만이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 3년 연속 계속되면 자체 생존 능력이 부족해 금융권 대출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한계 기업 비중은 1년 새 3.1%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로 연간 단위로는 최대 상승 폭이며 한계 기업 비중 자체도 2014년(16.0%)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 위기 때(14.4%)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2014년에는 원화 강세, STX·동양·동부 등 부실 사태 등이 겹쳐 한계 기업 비중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한경연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로 기업 경제활동이 위축됐고, 각종 사회적·법적 규제가 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줄여 한계 기업 비중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가 나쁘지 않았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돌발 악재가 없었는데도 한계 기업 비중이 늘어나 충격적"이라며 "특히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는데도 이자 비용도 못 내는 한계 기업이 크게 증가한 것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130개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업이 67개, 건설업이 4개였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정책실장은 "부실 기업 증가가 실물 경제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저금리 기조 유지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일몰 연장 등 사업 재편 촉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