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가총액(주식 가격의 총합) 1000위에 속한 한국 기업이 올 1분기 기준 16곳으로, 작년 말보다 3곳 줄어들었다. 2014년(13곳)과 비교하면 다소 늘었지만, 2017년(20곳)에 비해서는 4곳 감소했다. 중국은 1000위 안에 든 기업이 2014년 103곳에서 2019년 1분기 131곳으로 27% 증가해 한·미·일·중 4국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본지가 신한금융투자에 의뢰해 지난 2014년부터 2019년 1분기(1~3월)까지 연도·국가별로 세계 시총 상위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다.

전 세계 시총 100위 이내 기업에 이름을 올린 곳은 한국의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최근의 반도체 경기 둔화세를 반영하듯, 1분기 기준 28위로 지난 2017년보다 순위가 15계단 떨어졌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글로벌 시총 100위 안에는 삼성전자 한 곳밖에 없고, 300위까지 넓혀봐도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두 회사가 전부"라며 "수출 위주의 전통적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혁기에 변화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후진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글로벌 시총 순위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산업의 흥망사는 물론 개별 국가들의 국제 경쟁력 추이까지 엿볼 수 있다.

지난 2014년에 글로벌 시총 상위 10기업 중 전통 산업을 영위하던 곳은 석유화학 업체인 엑손모빌(2위), 중국 석유 회사 페트로차이나(7위), 미국 유통 업체 월마트(10위) 등 3곳이었다. 하지만 올 1분기 기준으로는 엑손모빌만 10위 안에 턱걸이했을 뿐, 다른 기업들은 상위권에서 사라졌다. 빈자리를 채운 것은 아마존, 페이스북같이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난 혁신 기업이다. 반면 한국의 시총 상위권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김현준 더퍼블릭투자자문 대표는 "무형 자산 위주로 빠르게 재편된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는 최근 5년간 우물에 고인 듯 정체했다"면서 "비전통 산업에서 성장한 기업은 네이버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정도에 불과한 실정인데, 최근 일부 바이오 기업이 회계 부정 문제로 도마에 올라 있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기주 대표도 "중후장대형 전통 제조업도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 '빅데이터'와 '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신(新)제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은 대기업 간 협력을 기피하고 기존 업체 저항 등에 밀려 '연결'은 고사하고 아예 '데이터' 모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이라는 왕좌(王座)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 미국 기업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을 벌인다. 주가 변동에 따라 매일 달라지는데, 24일 기준으로는 애플이 9768억달러(약 1132조원)로 1위였고, 마이크로소프트(9579억달러), 아마존(9357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 시총 상위 기업의 공통점은 대부분 1세대 창업주가 살아있거나 애플처럼 작고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시총 상위 기업 대부분이 재벌 기업이며, 1세대 창업주인 기업은 셀트리온과 네이버 정도다. 김현준 대표는 "한국의 재벌 기업은 몸집이 무겁다 보니 국경 없는 인터넷 서비스라는 새로운 시류에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며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글로벌 시총 7위, 8위에 이름을 올린 것을 보니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1000곳 중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돋보였다. 중국 기업은 2019년 3월 기준 1000위 내에 든 기업이 131곳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미국 역시 433곳으로, 최근 5년래 최대였다. 반면 일본은 2017년 91곳에서 80곳으로 줄어들었고, 한국 역시 2017년 20곳에서 16곳으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