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 2년도 안 돼서 세 번째로 편성한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해 "실효성 떨어지는 '면피(免避)용 추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사회문제 해결이나 경기 부양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돈도 충분히 풀어 위기 극복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이번 추경은 규모나 내용 면에서 어정쩡하다는 것이다.

해마다 정례화되다시피 한 추경을 건너뛰기는 불안하고, 예비타당성조사 대거 면제 등 재정 낭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눈치를 보다 보니 모호한 상태가 됐다는 해석이다. 한 금융계 인사는 "한국경제 규모가 1800조원에 육박하는데 6조원 조금 넘게 추경해서 성장률 찔끔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4일 추경안을 발표하며 "올해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만 추렸다"고 했으나, 내용을 뜯어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먼저 올해 추경 편성의 원인을 제공한 '미세 먼지 대응' 관련 예산은 전체의 22%(1조5000억원)에 그친다. 정부는 추경으로 초미세 먼지 7000t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전체 배출량(28만4000t) 대비 2.5% 줄이는 데 불과하다. 이번 추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제적 경기 대응 및 민생경제 긴급 지원'(4조5000억원) 부분도 획기적인 대책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저소득층·실직자 등 취약계층에 주던 돈을 조금 더 주거나 대상자를 늘리는 데 1조5000억원을 쓰고, 공공 일자리 창출 등의 단순 현금 지원성 고용 증대에 6000억원을 쓴다. 1조1000억원쯤 투입되는 수출·창업 지원도 기존 정부 펀드나 보증, 정책에 수십억~수백억원을 추가하는 게 대부분이다.

470조원에 달하는 수퍼예산 집행 4개월여 만에 3조6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며 추경을 편성할 정도로 위급하다면서, 이 정도로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지난해 세수 호황으로 예상보다 25조원 넘게 세금을 더 걷었으나 국채 조기 상환(4조원), 지방 교부세 정산(약 10조5000억원) 등에 쓰면서 629억원만 남았다. 여기에 한국은행 잉여금(3300억원)과 각종 기금 여유자금(2조7000억원)을 모두 끌어와도 부족해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했다. 적자국채 발행 등의 영향으로 지난 3년간 유지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38.2%)은 올해 1.3%포인트 올라 40% 돌파를 눈앞에 뒀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럴(SG)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기가 안 좋으니 정부 입장에선 '그래도 우리가 뭐라도 했다'는 기록을 남겨두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