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품질 논란에 사로잡힌 폴더블(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의 출시 일정을 잠정 연기한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폴더블폰 관련주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폴더블폰이 새로 등장한 상품인 만큼 주식 투자도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올해 2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두달새 천당·지옥 오간 폴더블폰

24일 오후 1시 41분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뉴파워프라즈마(144960)는 전날보다 9.71%(1850원) 오른 2만900원을 기록 중이다. 비에이치(090460)유티아이(179900), SKC코오롱PI, 파인테크닉스(106240)등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덕산네오룩스(213420), KH바텍(060720), 유가증권시장의 코오롱인더(120110)등의 주가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모두 증권가에서 폴더블폰 등장의 수혜주로 꼽고 있는 종목들이다. 최근 갤럭시 폴드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들 기업 주가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손실을 피하려는 매도 움직임과 경계심리가 강해졌을 때 낮은 가격대를 선점하려는 매수 움직임이 뒤섞인 결과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26일로 예정했던 갤럭시 폴드 글로벌 출시를 잠정 연기했다. 미국에서 진행된 리뷰 과정에서 디스플레이가 깜박거리거나 스크린에 줄이 나타나는 현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일부 기기에서는 표면의 플라스틱 보호막을 걷어냈을 때 디스플레이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지난 2월 삼성전자가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 폴드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관련주들에 대한 분위기는 좋았다. 당시 하이투자증권은 "삼성 폴더블폰의 완성도가 먼저 공개된 타사 폴더블폰보다 크게 높아 긍정적인 시장 반응이 예상된다"고 호평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현재 1500만대 수준인 폴더블폰 출하량이 2021년 3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들어서는 갤럭시 폴드 예약판매 초기 물량이 하루 만에 매진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관련주 투자자들을 들뜨게 했다. 그러나 이번 품질 논란과 출시 연기 악재가 주식시장의 기대감에 찬물을 뿌렸다.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를 연내 출시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보호막을 걷어내자 화면 일부가 검게 변한 갤럭시 폴드의 모습.

◇"완성도 올라가면 주가에 긍정적"

증시 전문가들은 분명 악재인 건 사실이지만 향후 상황을 차분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승우·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갤럭시노트7 배터리 불량 사태 이후 또 다시 체면을 구기게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정식 출시 제품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주가나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두 연구원은 "지금 당장 어떤 액션을 취하기보다는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좀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이 정식 출시될 경우 주가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등장한 폴더블폰은 소비자 반응을 살피기 위한 시제품의 성격이 짙다"면서 "추후 소비자 피드백을 반영한 신제품 출시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동주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폴더블폰 시장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1%에 불과하다"며 "폴더블폰 공급망 투자는 중장기 성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