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법인세와 부동산 양도소득세 호조로 세금이 전년보다 30조원 넘게 더 걷히면서 우리나라 조세(租稅)부담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증가 폭도 2000년 이후 최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 총수입(국세+지방세)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로, 기업과 국민이 얼마나 세금을 많이 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21일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와 지방세를 합한 총세입은 377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3%(32조1000억원) 증가했다. 세수 증가율이 작년 경제성장률(2.7%)의 3.4배로 가팔랐던 셈이다. 구체적으로 국세는 전년 대비 28조2000억원 늘어난 293조6000억원, 지방세는 3조9000억원 증가한 84조3000억원(잠정)이었다. 이에 따라 총세입을 작년 국내총생산 1782조2689억원(한국은행 잠정)으로 나눈 조세부담률은 21.2%를 기록했다. 전년(20.0%)보다 1.2%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2000년(1.6%포인트) 이후 18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반도체 경기 호조로 법인세(전년 대비 11.8조원 증가)가 많이 걷히고 양도세(2.9조원 증가)도 부동산 경기가 좋아 크게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17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3국 가운데 일곱째로 낮은 수준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낮은 편이지만, 갑자기 세금 부담이 커지면 기업·개인의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세정(稅政)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