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 택시비나 음식 배달비를 지불하게 만든 간편 결제 시스템 '그랩페이'는 카드 결제가 안 되는 동남아시아 길거리 상인들도 반겼습니다. 그 결과 매년 10억건이 넘는 결제가 그랩페이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랩의 싱가포르 본사에서 만난 레우벤 라이(Lai·사진) 그랩파이낸셜 대표는 "초창기 그랩이 차량 공유 서비스로 동남아시아인들의 '물리적 이동성(physical mobility)'을 높였다면, 그랩의 금융 서비스는 동남아시아의 '경제적 역동성(economic mobili ty)'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출범한 그랩은 현재 동남아시아 8국(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의 차량 공유 시장을 장악했다. 처음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했지만 2014년에 규제가 적은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한 뒤 금융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한다. 지난해엔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으로선 유례없는 10억달러(약 1조1370억원) 매출을 달성했고, 이제 동남아 최대 금융 서비스 플랫폼이 되는 걸 새로운 목표로 정했다.

그랩 운전기사와 그랩페이 가맹점주는 최근 900만명을 넘어섰다. 라이 대표는 "이들은 모두 소액 대출이나 보험의 잠재 고객"이라며 "운전기사나 음식점 주인이 대출을 신청하면, 그랩이 갖고 있는 이들의 하루 수입, 성실도, 고객 평점 같은 정보를 활용해 대출 금리를 매긴다"고 말했다. 신용 기록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는 시중은행에서는 대출받기 어렵고, 대부업체를 이용하면 연 20%를 훌쩍 넘는 고금리를 물어야 한다. 그랩이 제공하는 신용 대출 금리는 대부업체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그랩 홈페이지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대출금을 사흘 이내에 지급한다. 올해 초에는 운전기사를 위한 상해 보험도 출시했다.

라이 대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아세안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에 기여하지만, 자금 조달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이 대출이나 보험 등 금융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 동남아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그랩에도 더 많은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