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수익 좀 줄어도 사용자 중심으로 개편 필요"

"지금까지 금융사가 누리던 사업 모델 말고 다른 모델을 검토해야 합니다. 수수료 수익에 대한 비중이 높았다면 이 부분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수익을 내게끔 사고의 전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플랫폼 전략’의 저자인 칼 아쓰시 히라노 네트스트레티지(NetStrategy)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히라노 대표는 일본에서 활동하며 18일 열린 ‘2019 미래금융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히라노 대표는 플랫폼 시대에 금융사가 기존 사업 모델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금융사와 핀테크 회사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점에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생길 수 있고, 그를 위해서는 기존 모델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은행이 핀테크 업체들과 경쟁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협업한다는 생각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히라노 대표는 "폐쇄적으로, 방어적으로 반응하면 실패한다"며 "금융사가 갖지 못한 것들을 핀테크 벤처업체가 가지고 있고, 반대로 금융사가 핀테크 회사보다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는 분석을 하고 각자의 플랫폼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플랫폼 전략으로는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칼 아쓰시 히라노 네트스트레티지(NetStrategy) 대표는 금융사가 핀테크 회사와 경쟁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협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ㅡ금융과 플랫폼이 만나는 때다.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어떻게 짜야하는지 금융사와 핀테크사가 모두 고민하고 있다.

"(금융사는 핀테크 회사의 등장이) 도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벤처기업과 협업을 하고 너무 방어적으로 나서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방어적이면 실패한다. 은행이 갖지 못한 것을 벤처기업이 가지고 있다. 유연한 사고, 기술력이 있지 않나. 하지만 벤처기업은 은행만큼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고, 금융정보도 없다. 은행만큼 신뢰감을 가진 것도 아니다. 서로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하는 편이 좋다. 그리고 은행 같은 금융기관도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오래 전부터 금융은 핀테크를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ATM 기기 등장 같은 변화에 발맞춰왔고,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도 하고 있지 않나."

ㅡ은행 등 금융사가 당장 해야할 일은 뭘까.

"은행은 지금까지 많은 거래고객을 토대로 수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모바일 환경과 금융기관 서비스가 만나는 접점에서 사용자에게 불편한 경험을 줬다. 뭐든지 사용자 우선적으로 개편을 해야한다."

사용자 중심으로 가라는 말을 구체적으로 풀어달라.

"우선 은행간 연계가 잘 돼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 송금을 말하고 싶다. A은행에서 B은행으로 환전을 해서 돈이 흘러가는데,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떼지 않는지 고민하라는 것이다. 너무 비싼 수수료는 사용자 우선적인 사고가 아니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 은행간 연합을 적극적으로 맺고,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를 생각하고, 그러려면 기존에 누리던 것을 포기해야하는 것도 있다."

ㅡ기존에 누리던 것을 포기하라는 건 무슨 뜻인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기존의 환전 수수료가 너무 높아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초래했다면 이 부분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당장 수익이 떨어질까봐 고민할 수 있지만 금융사와 핀테크회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플랫폼 시대엔 수수료 수익을 좀 내려놓더라도 다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

ㅡ예를 든다면.

"일본 아웃렛 라쿠텐은 앞에서 보여지는 사업모델(프론트엔드)과 여기에서 얻어지는 것들을 근간으로 한 사업모델(백엔드), 두 가지로 사업을 하고 있다. 아웃렛이니까 물건을 파는 것이 프론트엔드 사업모델이다. 그리고 여기 모이는 고객들에게 라쿠텐 카드를 발급해 부수적인 사업을 누리는 게 백엔드 사업모델이다. 라쿠텐카드에 포인트를 적립해주곤 하지만, 라쿠텐카드 가입 고객 정보를 확보하면서 고객 타겟팅이 가능하고, 오히려 판매매출도 늘린다. 금융사도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수익을 내던 사업 모델의 비중을 덜어내고, 다른 모델을 검토해보는 시도가 매우 중요하다."

ㅡ금융사에 적용된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일본에서 인기 있는 서비스 중에 하나가 소프트뱅크와 야후가 함께 만든 ‘페이페이’라는 시스템이다. 상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데, 손님이 결제를 하면 쿠폰을 준다. 그 다음번에 손님이 쿠폰 사용을 하면서 재구매를 하면 수익의 30%를 페이페이가 가져간다. 손님이 쿠폰을 이용해서 만원짜리 물건을 싸게 구매하면, 구매금액의 30%를 페이페이가 가져간다는 뜻이다.

언뜻보면 모바일 결제시스템 사업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는데, 실상은 쿠폰을 통한 광고수입이다.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싶은 기업이 쿠폰 발행을 페이페이와 함께 손잡고 들어가는 거다. 야후에서 공식적으로 이렇게 수익을 낸다고 발표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 금융사도 지금까지 누리던 비즈니스 모델 말고 다른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한다. 페이페이처럼 광고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처럼 말이다."

ㅡ요즘 플랫폼은 온라인 장터 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보험사를 예로 보면, 보험상품을 판매할 땐 설명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야한다. 보험사엔 여러 고객이 있지만 보험상품을 근간으로 해서 플랫폼 사업을 펼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일본 보험사도 같은 고민을 했다. 다만 일본에선 미니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단순한 여행자보험 같은 걸 아주 싸게 파는 것이다. 한달에 수수료 500엔(5000원)인 여행자보험을 팔면서 사람을 모으고, 그 이후에 광고를 올리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30초만에 소액약관대출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보험사도 고객 생애주기에 따라 상품을 개발하고 다른 사업들과 연결해서 멤버십 시스템을 갖춘다고 생각하고 플랫폼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반드시 과거와 같은 보장범위를 갖춘 보험을 판매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사람을 모아야 한다고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아직 금융과 기술의 만남에서 불편하지만 개선되지 못하는 점이 참 많다."

ㅡ플랫폼의 미래는 어떨까.

"10년 전에 플랫폼 전략을 얘기했을 때 비판을 많이 받았다. 특히 일본에선 제조 장인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제조를 하지 않으면서 플랫폼만으로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았다. 10년 전만해도 플랫폼 기업들이 이렇게 성장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신용카드업 같은 걸 보면 사실은 그것도 플랫폼 사업이었다. 앞으로 기술발전에 따라 플랫폼 기업의 외연은 많이 확장되겠지만 그 핵심속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장터를 만들고, 사람과 서비스를 연결하고, 여기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핵심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