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전도 검사를 받으려면 환자는 최소 5번 병원을 들락날락해야합니다. 휴이노가 제공하는 ‘손목 위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환자와 의사가 겪는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덜어 드리겠습니다."

길영준(사진) 휴이노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웨어러블·디지털 헬스케어의 효과와 가능성을 입증하겠다"며 "세계 시장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 대한민국 대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휴이노는 미국 애플(Apple)이 작년 출시한 심전도 측정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시계 ‘애플워치 4’보다 3년 빠른 2015년에 심전도 측정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국내 업체로 잘 알려져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웨어러블 시계형 심전도 기기 ‘메모워치(MEMO Watch)’는 사용자들이 손목시계 모양의 의료기기를 차기만 해도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대안암병원과 휴이노의 손목형 심전도 장치를 'ICT규제 샌드박스 1호' 대상으로 선정했다. 국가 공인 기관의 1400여가지 검사 기준을 통과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메모워치와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소프트웨어’에 대해 국내 최초로 의료기기 승인 허가를 받았다.

부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해온 길 대표는 2013년부터 창업을 준비했다. 길 대표는 "대학에서 뇌파, 혈압, 심전도 등 여러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하드웨어와 측정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연구를 해왔다"며 "이후 중소기업벤처부의 창업 맞춤형 지원 사업을 통해 창업을 준비했고, 양산부산대병원과 협업해 50여명을 대상으로 한 학내 임상 연구를 거쳐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길 대표는 "메모워치를 개발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고 개발에 수십억원대의 비용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창업 전에는 의료기기 관련 규제와 법규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알았더라면 오히려 시작을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을 출시한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했다.

◇ 손목 위 플랫폼, 심전도 검사 패러다임 바꾼다

‘일상생활 중 심박수가 빨라지는 두근거림 현상을 겪은 40대 직장인 김모씨. 직장 근처 동네 의료기관을 찾았더니, 의사는 ‘심전도 검사를 하려면 종합병원(3차병원)으로 가야한다’며 소견서를 써줬다. 김씨는 소견서를 들고 다시 지역 대학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 ‘홀터심전도 검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심전도 기록계를 몸 곳곳에 부착하고 하루동안 생활하면서 심장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다. 홀터심전도 검사를 받기 위해 김씨는 회사에 이틀 연차를 냈다. 6개의 전선을 몸에 주렁주렁 달고 24시간동안 심전도를 측정하고 나면 병원에서는 2주 후에 재방문하라고 얘기한다. 다시 연차를 내야한다.’

이는 길 대표가 설명한 기존 심전도 측정 방식의 현실이다. 휴이노의 메모워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심전도와 혈압·심박수 등을 측정해 의사에게 전송할 수 있다.

길 대표는 "현재 심전도 측정기기 자체가 최소 1000만원으로 고가인데다,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는 1억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다보니 1차의료, 즉 동네의원에는 심전도기기가 없고, 환자가 소견서를 받아 다시 대학병원을 몇번씩 가야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휴이노의 플랫폼을 통해 환자는 보다 편하고 정확하게 심전도 측정 검사를 받을 수 있고, 대학병원 의사는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에게 큰 병원에 올 필요 없이 동네 병원으로 가라고 권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워치와 메모워치의 가장 큰 차이는 제품을 이용하는 주요 타깃층이다.

길 대표는 "애플워치는 일반 정상인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반면, 우리의 타깃은 정확하게 환자"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애플워치보다 메모워치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게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 데 유효하다고 본다"며 "예를 들면 심방세동 환자로부터 누적된 데이터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 분석해 이에 알맞는 진료·처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못지않게 표적이 분명한 질 높은 데이터가 의료적 가치가 더 클 수 있다는 의미인 셈.

◇ "원격의료가 아니라 환자 진료를 돕는 보조적 도구"

의료에 ICT기술을 접목한 디지털헬스케어가 성장가능성이 큰 유망 분야로 꼽힌지는 제법 오래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원격의료’ 논란에 발목 잡혀왔다. 시도하기도 전에 논쟁은 의료 민영화 설(說)로까지 커지다보니 일부 전문가들은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하려면 한국은 제쳐두고 세계로 눈을 돌려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지난 2월 과기부가 ‘ICT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고대안암병원 의사가 휴이노의 메모워치를 착용한 환자로부터 전송받은 심전도 데이터를 활용해 내원 안내를 하거나 1, 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 안내를 하는 실증특례를 허용해주자, 이번에도 일각에서는 원격의료에 관한 우려가 나왔다.

길 대표는 "휴이노가 하려는 사업은 원격 진료가 아니다"라며 "의사의 진단, 진료를 돕는 도구(tool)를 제공하는 것으로, 굳이 영역을 구분한다면 우리의 사업은 ‘원격 모니터링’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스마트 모니터링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길 대표는 "이번 실증특례 사업을 통해 메모워치를 통해서 환자의 불필요한 병원 방문 횟수와 불필요한 의료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이를 통해 동네의원과 상급종합병원의 역할과 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 건강보험 급여 수가화 과제도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디지털헬스케어사업의 성패가 건강보험 급여 수가화 여부에 달려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길 대표도 "까다로운 인증 규제의 벽을 넘고 나면, 국가가 통제하는 의료 보험 체계 안에서 보험 수가(코드)화라는 더 큰 문제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제품의 가치를 자국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설득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며 "우리가 앞으로 풀어야할 큰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이 세계 경쟁력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국내 제도 환경도 중요하다"며 "보건당국의 규제와 체계가 국민의 편익과 시대적 변화에 맞춰 사고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길 대표는 "최근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애플의 헬스케어사업이 계속성장해 2027년에 이르면 최대 360조원을 벌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전세계에서 헬스케어 영역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투자와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특정 질병마다 관련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