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하락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에서 전세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인데, 매매수요가 줄어 집값이 내려가면 임차수요가 늘어 전세금이 오르고, 전세가율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9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0.9%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의 전세가율도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9.4%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보통 전세가격은 주택의 내재 가치를 반영한다. 여기에 교육 등 각종 인프라 여건과 투자 가치 등이 더해진 것이 주택의 매매가격으로 나타난다. 전세금이 싼 재건축 아파트가 좋은 예다. 지은 지 40년 된 아파트를 보면 전세가격은 매우 낮지만, 개발 기대가 반영된 매매가격은 높게 형성돼 있다. 1979년 지어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 ㎡의 지난 3월 매매가격은 15억3000만~15억5500만원이었는데 전세금은 3억4000만~5억원에 형성된 것도 그런 예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 전세가율이 시차를 두고 높아지고, 반대로 주택 경기가 좋으면 전세가율은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3년 말 62.1%였던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2016년 6월 75.1%까지 올랐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후 전세가율은 계속 떨어졌다. 2017년 1월 70%대 아래로 내려갔고, 지난해 11월 다시 60%대가 허물어졌다.

이례적인 것은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올해도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올해 초 조사 표본이 바뀌면서 조금 올랐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월과 3월 다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자치구별로 보면 용산구와 강남구의 전세가율이 각각 49.3%로 가장 낮다. 투자수요가 많이 몰렸던 곳인 만큼 투자가치 비중이 큰 것이다. 송파구 아파트의 전세가율도 50.6%로 절반 수준에 그친다. 1년 전보다 전세가율이 크게 떨어진 곳은 79.5%에서 65.2%로 14.3%포인트 하락한 성북구를 비롯해 동대문구, 강서구, 동작구, 마포구 등이다.

반면 실수요가 많은 중랑구의 전세가율은 70.7%로 아직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구(66.9%)와 구로구(66.7%), 종로구(66.6%), 관악구(66.5%) 등의 전세가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매매가격이 실제 거주가치와 그나마 비슷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이 많아 전세금이 오르지 않는 것을 전세가율 하락의 주요한 이유로 꼽는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면서 전세 공급이 늘고,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전세금 인하폭이 더 커진 것"이라면서 "최근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모두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전세가율은 당분간 큰 폭의 변동 없이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세가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금의 움직임은 실수요의 움직임과 비슷한 경향이 있다"면서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더 많이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실수요가 위축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내 집 마련에 나설 실수요자는 전세금 하락이 멈추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것을 확인한 다음 집을 사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