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안데스 고산지대에 사는 알파카〈사진〉가 암을 정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낙타과(科) 초식동물인 알파카는 털북숭이라 주로 모직물 원료를 얻기 위해 키운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하이드 플뢰그 교수연구진은 지난 11일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알파카의 항체(抗體)가 최근 주목받는 항암 면역 유전자 치료제를 혈액암에서 간암, 폐암에까지 쓸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항암 면역 유전자 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에 암세포를 찾아내는 유전자를 주입한 것으로,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T세포'로 불린다. 2017년 두 제품이 시판 허가를 받았다. 한 번 투여하면 몸 안에서 계속 증식할 수 있어 '살아 있는 약물' '암세포의 연쇄 살인마'로 불린다. 하지만 이 약은 혈액암인 백혈병에만 쓴다. 간이나 폐 같은 고형 장기에 생긴 암세포는 단백질 보호막이 있어 면역세포의 공격과 탐지를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사람보다 훨씬 작은 알파카의 항체를 T세포에 끼워 넣었다. 알파카 항체는 암세포 보호막을 찾아가 영양분을 공급하고 면역반응을 회피하도록 하는 단백질들과 결합해 파괴한다. 생쥐 실험에서 알파카의 항체로 무장한 CAR-T세포는 피부암과 대장암을 치료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