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정부가 지난 12일(현지 시각) 자율주행 트럭을 일반 도로에서 시범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개선책을 발표했다. 자동차 제조 업체나 자율주행 기술 업체들이 캘리포니아 자동차 규제국(DMV)의 승인을 얻으면 개발한 자율 운송 트럭을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주 정부는 5월 말까지 새 제도에 대한 의견 수렴을 받고 있다. 이미 구글의 웨이모, 다임러, 테슬라 등 62개 업체가 테스트를 신청한 자율주행 트럭 차량 수만 678대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하반기부터 자율주행 트럭도 자율주행 승용차처럼 캘리포니아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 승용차 이어 트럭 개발 경쟁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트럭을 실제 도로에 투입하기 위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수백㎞를 달려야 하는 장거리 화물운송 대형 트럭은 일반 자동차보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기에 유리하다고 평가받는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지난해 12월 애리조나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을 상용화한 데 이어 자율주행 트럭 개발도 준비 중이다. 웨이모는 지난 2017년 이미 다임러 경쟁사인 피터빌트와 손잡고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대형 트럭을 공개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3월 애틀랜타에서는 자율주행 트럭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시범 운행에도 성공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개발 중인 자율 주행 트럭 ‘퓨처 트럭 2025’의 콘셉트 모습(위 사진). 차량에 카메라와 레이더를 장착해 주변 상황을 감지하고 스스로 주행한다. 2025년 상용화가 목표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구글 웨이모가 애틀랜타에서 시범 주행한 자율 주행 트럭.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 2017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전기 트럭 '세미'를 발표했다. 이 트럭은 1회 배터리 충전으로 최대 805㎞를 달리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96㎞까지 도달하는 데 5초가 걸린다. 테슬라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해 내년 자사 자율주행 기술 '오토파일럿'이 적용된 트럭을 판매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독일 다임러도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19'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한 트럭을 선보였다. 차량이 자율적으로 차선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자율주행 2단계 기술이 적용됐다. 마르틴 다움 다임러 트럭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10년 안에 사실상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트럭, 물류 혁신 이끈다"

사람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 트럭이 등장한다면 장거리 운전 사고가 많이 줄어들면서 물류 서비스 혁신이 일어날 전망이다. 운송용 컨테이너 트럭은 물건을 가득 싣고 주로 도시와 도시를 오가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주로 달린다. 고속도로는 복잡한 시내 도로와 달리 신호등이 별로 없고, 구불구불한 도로나 교차로도 많지 않다. 또 차를 멈추지 않고 한 방향으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쭉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시내 주행보다 고도의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 없는 편이다. 현재 미국에만 400만대 이상의 운송용 대형 트럭이 미국 전체 화물의 70% 이상을 운송하고 있다. 미국 화물 운송 시장 규모는 약 9000억달러(약 1022조원)로 추정된다.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는 "만약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되면 장거리 화물 운임이 현재보다 약 30~50% 저렴해지고, 정해진 시간대에 정확한 운송도 가능해지는 만큼 효율적인 물류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