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을 추진 중인 정부가 원전 해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생태계 기반 조성, 인력, 금융 등 종합 지원 대책을 내놨다. 고리 1호기 해체를 시작으로 원전 해체 역량을 키워 2030년대 중반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0%, 세계 5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고리 1호기 해체 착수 이전에 해체 준비 시설 등 조기 발주에 들어가고, 500억원 규모의 '원전 기업 사업 전환 펀드'를 조성해 금리·대출을 지원하는 등 재정적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 경주 원전현장인력양성원, 원자력협력재단, 지역 대학 등과 협력해 2022년까지 1300명의 원전 해체 전문 인력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고리 1호기 해체를 발판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원전 21기가 해체됐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 경험이 전무하다. 원전 해체를 경험해본 나라는 미국·독일·일본 정도다. 선진국보다 기술과 인력이 부족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 기반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2040년까지 200기 이상 원전이 퇴역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해체 시장 규모를 1040억달러(118조원)에서 2250억달러로 예상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 원전 건설 시장 규모는 1조1000억달러로 해체 시장의 10배에 달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원전 해체에 필요한 기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원전 건설 과정에서 개발한 안전 기술이 해체의 핵심"이라면서 "신규 원전 시장을 죽이고, 해체 산업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