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ABB, 산업용 로봇의 강자
전기차충전소 제작은 1위
전력기업, 해외파트너 늘려야

리 시셍 말레이시아 툰쿠 압둘 라만 대학교, ABB 말레이시아 CFO,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인사 총괄

미국 경제지 ‘포천’은 지난해 ‘세계를 바꾸는 기업’ 순위를 공개하고 스위스 글로벌엔지니어링 기업 ABB를 8위로 선정했다. ‘포천’은 "ABB가 전 세계에 전기차 충전소를 적극 보급해 친환경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ABB는 전기차 충전소 제작사 중 세계 1위다. ABB는 산업용 로봇 분야의 강자이기도 하다.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ABB를 필두로 독일(중국에 매각) 쿠카 로보틱스, 일본 화낙 등 세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ABB는 최근 시장점유율 1위였던 송배전 사업 부문을 일본 전기·전자기기 제조업체 히타치에 매각하겠다고 밝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송배전이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기업이나 가정으로 보내는 것이다. 글로벌 송배전 시장 지형은 독일 지멘스, 미국 GE, 중국 국가전망, 히타치의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리 시셍(李瑞昇) ABB코리아 대표이사는 ‘이코노미조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력산업은 주변 여건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에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전력기업은 새로운 글로벌 협력 파트너를 많이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했다. 빠르게 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이 돌파구를 찾으려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ABB는 앞으로 전기, 산업자동화, 로봇, 모션 등 4개 사업의 디지털화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면서 "한국 정부의 방침에 맞춰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라고 했다.

송배전 사업 부문을 매각한 이유는.

"산업자동화 등 다른 디지털 산업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매각은 내년 상반기 중에 완료될 예정으로 매각대금은 76~78억달러(약 8조6000억~8조9000억원)규모다. 주식 환매 또는 유사한 방법으로 매도 대금 전체를 주주에게 반납할 계획이다."

ABB가 집중할 분야는.

"업계 1·2위인 전기, 산업자동화, 모션, 로봇 등 4대 사업이다. ‘ABB Ability’ 디지털 기술개발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산업 내 운영 및 자산에 대한 생산성, 효율성, 안정성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대표적인 에너지 효율강화 기술은.

"상당히 다양하다. 일례로, 모터 효율강화 기술이 있다. 산업용 전기 에너지 사용량의 70%는 전기 모터를 구동하는 데 쓰인다. 모터는 공기 팬, 압축기, 컨베이어 및 회전력에 의존하는 모든 종류의 기계에서 일꾼 역할을 한다. 고효율 모터와 모터 속도를 제어하는 드라이브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보유한 ‘가변 속도 드라이브(VSD)’ 기술을 통해 공장의 에너지 소비를 30~50%까지 절감할 수 있다. 최대 90%까지 절감한 사례도 있다."

앞으로 관련 기술개발 방향은.

"디지털 솔루션 ABB Ability에 집중해 현재 210개에서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2019년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소개된 기술은 ABB Ability 디지털 파워 트레인이라는 제품이다. 모터, 펌프, 베어링에 부착한 센서를 무선으로 연결해 제품과 동작상태를 관리하고, 드라이브는 클라우드를 통해 모터를 무선으로 제어한다. 가동 시간과 생산성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 장기적으로 자율 운영 단계까지 실현하는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봇사업도 궁금하다.

"로봇사업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1700억원을 투자해 첨단 로봇 공장의 첫 삽을 떴다. 디지털 연결성 기술, 협동 로봇,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완전 자동화 공장’을 구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로봇이 로봇을 만들며 사람은 관리자 역할만 한다. 생산 과정에서 얻은 빅데이터를 통해 자체적으로 불량률을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20%를 달성한다는 에너지전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맞춘 국내 사업 계획도 궁금하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국내 기업에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에너지효율성을 중시하는 스마트시티와 스마트빌딩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방침이다."

한전 등 에너지 기업들이 글로벌 전력시장에 원활히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세계적으로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ABB는 전 세계 100여 국가에서 다양한 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 자체만의 역량을 키워 진출하는 것보다 협력관계를 통한 진출이 용이하다."

◇PLUS POINT

세계 전기차 충전소 시장점유율 1위 ABB

이민아 이코노미조선 기자

ABB는 세계 전기차 충전소 시장 1위 기업이다.

130년 역사를 가진 스위스의 글로벌엔지니어링 기업 ABB는 세계 전기차 충전소 시장 1위 기업이다. 지난해 8월 기준, ABB 급속 전기차 충전소는 7000대 이상(현재 1만500대)으로 세계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이는 휘발유 200만갤런, 이산화탄소 배출량 2만t을 절감한다. ABB는 "자사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 한대가 배터리를 꽉 채울 때마다 100파운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환경에 주는 악영향을 줄인다"고 했다. 특히 이미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는 ABB의 획기적인 TOSA 버스 시스템은 승객이 탑승하고 하차하는 동안 불과 20초 만에 버스를 순식간에 충전할 수 있는 것이다.

ABB는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의 미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인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에 충전 설비를 공급하는 업체로도 참여한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10년간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ABB의 최신형 충전 설비인 ‘테라 에이치(Terra H)’가 들어가는데, 다시 완충까지 8분이 걸린다. 이는 휘발유를 주유할 때와 비슷한 시간이다. ABB는 올해 자동차 6000대가 배출하는 양의 이산화탄소(1만5000t)를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스위스 취리히에 30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기부하기도 했다.

또 ABB는 ‘포뮬라 E’라는 세계 전기차 경주 대회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전기차의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리 시셍 ABB코리아 대표는 "포뮬러 E 챔피언십은 한국 서울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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