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제도가 주택 임대차 시장의 현실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차 자체가 복잡해 예비입주자가 전세임대를 신청하고 실제로 입주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문제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다. LH가 운영하는 전세임대 웹사이트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목돈이 없는 저소득층과 청년층을 위한 임대 보증금 지원제도인 ‘전세임대’는 2005년에 도입됐다. 지원 대상에 따라 ‘기존주택전세임대’ ‘신혼부부전세임대’ ‘청년전세임대’으로 나뉘고, 소득 수준 등으로 입주 자격이 판가름난다. 전세임대 지원을 받으려면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빌라·주거용 오피스텔이어야 하고, 전세 보증금 한도도 기준에 따라 6000만~1억2000만원으로 차등 적용된다.

현행 전세임대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주된 원인은 복잡한 절차 때문이다. 우선 소득 증빙자료를 제출해 지원 자격을 얻은 다음 이사할 전셋집을 찾아오면, LH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내고 집주인과 계약을 체결해 이 집을 빌려주는 구조다. 입주자는 전체 전세금의 5%를 LH에 보증금으로 내고, LH가 대신 내준 나머지 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매달 납부해야 한다.

‘신혼부부전세임대’를 예로 들면, LH가 우선 국토교통부에 공급 물량을 승인 받아 시·군·구청에 통보하면 지자체가 신혼부부의 신청을 받는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신혼부부는 전셋집을 찾아와 LH에 전세계약을 요청하고, LH가 집주인과 임대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LH전세임대는 지원한 날부터 입주까지 최소 2~3개월이 걸린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만나 길어야 1~2개월 안에 계약과 이사를 마치는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과 비교하면, 집주인도 세입자도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공인중개업소는 LH전세임대로 집을 빌리려는 세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물건을 소개하지 않기도 한다. 영등포구 O공인 관계자는 "이사 가능한 날보다 한달쯤 전에 전셋집을 찾는 게 일반적"이라며 "임대인이 집을 오래 비워두는 걸 꺼리기 때문에 (같은 집을) 원하는 임차인이 여럿인 경우라면 입주 날짜가 가장 빠른 쪽과 계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H가 전세임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전세 물건의 정보를 공유하는 웹사이트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만, 사이트 관리는 소홀한 편이다. 웹사이트 ‘LH전세임대’의 전세임대장터 게시판은 공인중개사들이 보유한 물건 중 보증금 액수와 면적 등이 지원 기준에 맞는 집을 등록하는 공간이다. 공인중개사들이 직접 물건 정보를 올리는데, 이런 전세 물건을 거르는 사전심사나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는다. 등록된 물건이 허위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웹사이트에 등록된 물건 자체도 적다. 이달 15일 기준으로 660건에 불과하다. 있다 해도 전세보다 보증부월세(반전세)가 대부분이다. 이런 조건으로 집을 빌리면 임차인은 매달 월세에다 LH에 줘야할 보증금 이자까지 더해 내야 해, 사실상 비용 부담이 훨씬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