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제9차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남성의 평균 수명은 4년 전 81.4세에서 83.5세로 2.1세 늘어났다. 경험생명표는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보험 가입자의 평균 수명을 조사한 것이다. 여성의 평균 수명도 86.7세에서 88.5세로 1.8세 증가했다. 30여년 전인 1988년 제1차 경험생명표에서 남성의 평균 수명은 65.8세였고, 여성의 평균 수명은 75.7세였다. 30여년 동안 평균 수명이 남성은 17.7세, 여성은 12.8세가 늘어난 것이다. 4년마다 개정되는 경험생명표에서 평균 수명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돼 왔고,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료 기술의 발전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계속 연장될 것이다.

이렇게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노후 생활의 부담도 커진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노후보장패널조사(2015년)에 따르면 노후를 보내기에 적정한 여유 자금은 평균 10억원으로 조사됐다.

◇40세가 10억원 만들려면 월 200만원씩 모아야

그렇다면 은퇴 시기인 65세까지 10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달 얼마씩 모아야 할까. 언제 시작하느냐, 얼마나 불릴 수 있느냐에 따라 액수가 크게 달라진다. 연 4%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20세부터 시작하면 매월 67만원을 적립하면 되지만 30세부터 시작하면 매월 111만원이 필요하다. 40세부터 돈을 모은다면 매달 거의 200만원씩을 쌓아야 한다. 이 부담은 늦게 뛰어들수록 급격하게 늘어난다. 50세에 시작할 경우 매월 407만원, 60세부터 뒤늦게 준비하려면 매월 1506만원이라는 큰돈이 필요하다. 이쯤 되면 포기하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 대비 자금의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여 여유 있는 노후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에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

◇분산 투자가 수익률 높이는 길

은퇴 자산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저점일 때 주식으로 이동하고, 주가가 고점일 때는 원리금이 확정된 예금이나 안전한 채권으로 갈아타면 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주식 시장의 고점과 저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분산 투자로 위험을 관리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기금 66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분산 투자의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47.2%), 해외 주식(18.6%), 국내 주식(18.1%), 대체 투자(11.8%), 해외 채권(4.1%) 등을 보유 중인데 이를 벤치마킹해 국내 채권 50%, 해외 주식 20%, 국내 주식 20%, 대체 투자 10% 등으로 자산을 나눌 수 있다는 얘기다. 1988년부터 올 초까지 국민연금의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0%이다.

◇자산 배분 비중 바꿔주는 펀드로 분산 투자

분산 투자를 위해선 '자산 배분 펀드(Multi-asset fund)'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자산 배분 펀드는 전문가인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가 투자할 자산을 정하고 비중도 조정하는 상품이다. 펀드 하나로 국내외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투자 성과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최근에는 삼성자산운용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설정액도 늘어나고 있다. 펀드 평가는 제로인이나 한국펀드평가가 매기는 등급을 참고할 수 있다.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비중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타겟데이트펀드(TDF)'도 유용하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기를 목표 시점으로 잡고, 은퇴 날에 맞춰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 간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펀드다. 주로 젊을 때는 위험 자산에 적극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고, 은퇴를 앞두고는 안전 자산 비중을 늘린다. 펀드 이름에 연도가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1970년생이 55세 은퇴를 계획한다면 2025(1970+55)가 붙은 상품을 선택하고, 1980년생이 60세에 은퇴할 예정이라면 2040(1980+60)이 붙은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우리나라 TDF 시장의 규모는 2016년 말 700억원에서 2018년 말 1조4000억원으로 2년 만에 20배로 늘었다.

◇금융사에서 정기적으로 주식·채권 투자 비중 조정해 주기도

주요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자동 재배분(Auto Rebalancing)'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자동 재배분은 자산 간 비중을 투자자가 설정한 대로 주기적으로 조정해 주는 기능이다. 투자자가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5대5로 두고 6개월마다 자동 재배분하기로 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설정 이후 6개월 동안 주가가 급등해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8대2로 변경됐다면 자동으로 주식의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려 5대5로 원상 복귀시킨다. 다시 6개월 후에 주가가 급락해 주식과 채권 비중이 2대8로 달라졌다면 이번에는 주식 비중을 늘리고 채권 비중을 줄여 5대5로 맞춘다. 결과적으로 신경 쓰지 않고도 주가가 높을 때 주식을 팔고 낮을 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