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하락세가 둔화하면서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9·13 대책과 연이어 나온 3기 신도시 건설 방안, 최근에 현실화된 공시가격 대폭 인상 등 집값을 억누르던 악재가 모두 나온 상황이지만, 하락 폭이 오히려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집값이 바로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17일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값 하락세가 점차 무뎌지고 있다.

먼저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3월 4일 기준 주간 하락률이 0.11%를 기록한 이후 5주째 하락 폭이 커지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인 4월 8일 기준 조사에서는 전주 대비 0.07%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하락 폭만 작아진 것은 아니다. 4월 둘째 주 조사 결과를 보면 종로구를 비롯해 은평구와 금천구 등은 하락세가 멈추면서 보합권에 접어들었고, 광진구와 중랑구, 강북구, 도봉구 등도 0.01~0.02%의 소폭 하락에 그쳤다. 이 기간 아파트 값이 가장 크게 떨어진 자치구는 0.29% 하락한 강동구 정도였다.

KB국민은행의 조사 결과는 하락 폭이 더 작다. KB국민은행의 4월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조사 결과는 전주 대비 0.03%밖에 빠지지 않았다.

강북구와 동대문구, 성동구, 종로구, 중구, 중랑구, 관악구, 금천구, 영등포구 등 8곳이 보합세를 보인 가운데, 서대문구는 0.01% 소폭 상승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라는 강남권의 움직임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그동안 낙폭이 컸던 강남구는 주간 0.03% 하락에 그쳤다. 지난해 말부터 낙폭이 커지면서 1월 넷째 주에는 1주일 사이 0.59%까지 떨어졌던 강남권 시세가 보합 수준이 눈앞에 왔을 정도로 안정을 찾은 것이다.

서초구와 송파구 역시 작년 연말보다 하락 폭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강남 아파트 값 움직임은 서울 아파트 값 움직임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강남구는 KB국민은행 시세 조사에서도 전주까지 주간 0.24%이던 하락 폭이 0.02%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앞으로 크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2~3년 동안의 단기 급등을 감안할 때 큰 폭의 조정이 있을 수도 있었는데, 결국 소폭 조정된 상태에서 더는 크게 하락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악재가 모두 나온 상황에서 남아 있는 하락 요인이던 금리까지 더는 오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재건축 저가 매물들이 활발하게 소화되고, 호재 지역의 아파트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 것 등을 보면 서울 아파트 시세가 바닥권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올해도 5만 가구 수준의 많은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이라 집값이 오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