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호타이어 매각 등 놓고 채권단과 갈등

아시아나항공(020560)이 15일 공식 매물로 나왔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정말 매각이 이뤄질까"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SK(034730)한화(000880), CJ(001040), 신세계(004170)등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지만, 매각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새 주인을 무난히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일보 DB

16일 복수의 자본시장(IB) 관계자들은 아시아나항공의 현금창출력(cash flow)은 훌륭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의 이면 합의가 없을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전 회장이 절대 복귀하지 않는다는 점을 못박았지만, 그간 경험으로 볼 때 박 전 회장이 진정성 있게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려는 것인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잠재 매수 후보군 기업으로 들었다"며 "산업은행도 몇 번을 당했는데 매각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국내 사모펀드 관계자는 "인수합병(M&A) 경험이 많은 사모펀드(PE)들이 분석을 많이 했지만, ‘박삼구 전 회장이 진짜 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거래가 진행될 때 박 전 회장이 막후에서 움직이는 게 포착되면 기업들이 굳이 거래에 참여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회장은 과거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 등에서 채권단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산업은행은 2017년 금호타이어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게 매각하려고 했지만, 박삼구 전 회장은 ‘금호’ 상표권을 빌미로 매각 협상을 지연시켰다. 당시 채권단은 박삼구 전 회장의 상표권 무상사용 발언을 상표권 포기로 인지했으나 박삼구 전 회장은 재산권 포기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갈등은 1년 이상 계속됐다. 그 사이 금호타이어의 실적은 악화됐고, 매각가는 더 낮아져 2018년 4월에야 매각이 성사됐다.

박삼구 전 회장이 가진 우선매수권을 놓고도 논란이 있었다. 박 전 회장은 채권단의 자금으로 그룹 위기상황을 한 차례 넘긴 뒤, 2012년 2200억원의 사재를 털어 금호산업유상증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보유했던 금호산업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 받았는데, 이를 토대로 금호산업을 헐값에 재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당시 박삼구 전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에 성공하면 경영에 실패한 오너가 우선매수청구권으로 그룹을 되찾는 사례가 나오는 것이라며 논란이 컸다. 경영실패의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오너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박삼구 전 회장은 결국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해 2012년 금호산업을 되찾아왔다.

채권단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매각이 불발됐을 때 박삼구 전 회장 측의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항까지 넣을 생각을 하고 있다"며 "매각이 지연되면 채권단이 출자전환으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받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매각 상황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금창출력이 좋은 회사 중 하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047040)을 무리하게 인수한 이후 계열사가 줄줄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가면서도 아시아나항공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근근히 상황을 메울 수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 9조7835억원 가운데 63.7%(6조2518억원)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