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국적 항공사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이 창립 31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 새 주인을 찾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15일 오전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을 즉시 외부에 매각할 테니 대신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신규 자금 50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시아나항공 자(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통째로 매각하고, 절차가 끝날 때까지 박 전 회장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배 구조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 등'으로 수직계열화돼 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팔아 '금호고속→금호산업'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떼어내겠다는 것이다. 금호산업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매각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에서는 이 같은 매각이 실행되면 아시아나항공에 1조원 안팎의 신규 자금이 수혈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채권을 채권단이 인수하는 형태로 5000억원을 지원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가 유상증자로 5000억원 안팎을 더 확충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가 안정화하면 신용등급도 개선돼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게 채권단과 금융 당국의 기대다.

시장에서는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인수 대금이 최소 1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兆) 단위의 인수 자금 때문에 시장에선 SK·한화·CJ·애경 등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채권단 회의를 열어 금호 측이 낸 매각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금호산업도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대금을 받은 뒤 기존 채권단 대출 등을 우선 상환하라고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내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금호그룹에 남기는 것보다 외부에 팔아 아시아나가 정상화되면 신규 자금 등 전체 대출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금호산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매각 방침을 확정한 뒤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고심한 결과 매각이 그룹과 아시아나 모두에 시장의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하는 것이라 여겼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규 자금 5000억원으로 우선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자금난을 해소하고, 동시에 아시아나 매각 대금이 금호산업에 머물지 않고 최대한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와 관련된 쪽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박 전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 가능성을 의심했는데, 그룹에서 아예 분리하는 방식으로 그런 의심을 불식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주식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모회사 금호산업, 자회사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의 주가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채권단과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매각이 아시아나와 금호 계열사가 각각 다 살아남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다수다. 금호 측은 매각 절차 진행과 별도로 적자 노선 축소 등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구조조정도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