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에 경수로 분야, 경주에 중수로 분야 설립
전문가 "한곳에 모여 있어야 효율적인데 왜 굳이…"

정부가 원전해체연구소를 오는 2021년까지 부산·울산과 경주에 나눠서 설립하기로 했다. 연구시설 및 인력이 집중돼야 효율성이 올라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해체 산업 육성 및 원전 중소기업 지원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는 원전해체연구소를 부산·울산(경수로 분야)과 경주(중수로 분야)에 마련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오는 2021년 하반기 설립이 목표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원전해체산업의 구심점으로서 영구정지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인력양성 기능을 수행한다. 아울러 동남권 등 원전 지역 소재 원전기업의 해체산업 참여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부산·울산 접경지역인 고리원자력발전소 내에 원전해체연구소를 마련하고 중수로 해체기술원은 경주 감포읍 일원에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의식해 '연구소 쪼개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연구 시설도 그렇고 인력도 그렇고 한 군데 집중해서 있어야 효율이 높은데 나눠서 짓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 원전은 세부적으로 경수로 중에서도 다 다른데 설계 따라 연구를 나눠서 할 것도 아니고, 해체 연구가 다양하지 않아 경수로와 중수로를 나누는 의미도 없다"고 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화상회의나 인터넷 등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연구소에서 왔다갔다 할 일이 여전히 많고, 행정 효율성 차원에서도 집적해서 짓는게 좋기는 하다"며 "둘 간 거리가 지리적으로 먼 것도 아니고 가운데 지어도 될 텐데 굳이 나눈 것은 지역배려 차원에서 분리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정치적 셈법에 의해 연구소를 나눴다면 비용이나 관련 연구 성과 측면에서 바람직한 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원전해체연구소는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동남권 설치를 약속하면서 울산시와 부산시, 경북 경주시가 유치전을 벌여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구소를 쪼개 짓는 것에 대해 "중수로는 원자로 형태 및 폐기물 종류 등이 경수로와 달라 별도의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많이 참조했다"고 했다.

업계는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에 2400억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아직 예산안이 확정되기 전이라 예산 규모가 정확히 얼마가 될 지는 알 수 없다"며 "한국수력원자력,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분담비율 등은 밝혔다"고 했다.

한편 산업부는 내달 중 연구소 설립준비단을 출범해 원전해체 참여희망 기업을 지원 및 사전 준비에 나선다. 설립준비단은 연구소 설립 준비를 비롯해 인력 선발, 장비 구입, 기술 실증 등 연구소 역할 일부를 수행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