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지난 4일 오후 2시쯤 서울 광화문광장 내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통신 업체 1개사(KT)의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측정했을 때, 최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590Mbps였다. 하지만 약 일주일 뒤인 지난 12~13일 이틀 동안 같은 시간·위치에서 측정한 통신 3사의 최대 5G 속도는 이에 못 미치는 113Mbps(LG유플러스), 221Mbps(KT), 247Mbps(SK텔레콤)였다. 일주일 전 2GB(기가바이트)짜리 영화나 모바일 게임을 30~45초 만에 다운로드하던 속도에서 65~130초 수준으로 느려진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가입자가 그사이 약 15만명으로 늘어났고 금요일부터 광화문 일대를 찾는 나들이객과 집회 참여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12일 본지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측정한 통신 3사의 5G(5세대 이동통신) 속도.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순이다. 이튿날에도 같은 위치에서 동일하게 측정했지만 속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초기 5G 가입자의 불만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5G가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느린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통신 3사의 전국 LTE 평균 속도가 150Mbps(서울 지역 평균은 177Mbps)인데, 실제 본지 측정 결과에서도 이보다 낮은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같은 장소라도 위치따라 들쑥날쑥

우선 통신이 끊기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서울시청 청사 앞 광장에서 통신 3사의 5G 속도를 측정해보니 LG유플러스는 최대 220Mbps가 나왔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각각 125Mbps와 148Mbps였다. 이곳에서 데이터 용량이 1.8GB인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실제로 다운로드해 봤다. 통신 3사 모두 다운로드 도중 신호가 5G→LTE→5G를 오가며 짧게는 약 30초(SK텔레콤), 길게는 약 2분(KT) 넘게 정지했다가 다시 다운로드가 진행됐다.

같은 장소라도 수십m만 옮겨도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졌다. 서울 명동 인근인 소공로 중앙우체국 앞에선 SK텔레콤의 5G 속도가 643Mbps까지 나왔다. 바로 옆 골목에 들어가자 400Mbps로 느려졌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135~205Mbps와 82~167Mbps로 편차를 보였다. 또 통신 3사 모두 중앙우체국 건물 1층에 들어가자 5G 신호 대신 LTE로 바뀌었다. SK텔레콤은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247Mbps였지만, 동상 뒤쪽에선 100Mbps대로 떨어졌다. 반면 이순신 장군 동상 쪽으로 가면 속도가 400Mbps를 넘어갔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광화문 광장 안에서 세종대왕 동상 앞을 조금만 벗어나도 속도가 80~90Mbps대로 내려갔다.

강남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신논현역 앞에서 KT는 403~ 472Mbps를 보인 반면, LG유플러스는 88~181Mbps였다. SK텔레콤은 신논현역에서부터 약 300m 떨어진 르메르디앙서울 호텔까지 5G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벚꽃 구경을 하기 위해 대규모 인파가 몰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선 통신 3사 모두 속도가 100Mbps대를 보였다. 통신사별 최대 속도는 KT 172Mbps, LG유플러스 165Mbps, SK텔레콤 134Mbps로 나타났다. 여전히 지하철 역사나 건물 안에서는 대부분 LTE로 연결됐다.

통신 3사, 올 하반기에 5G 기지국 3배 늘릴 계획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스마트폰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갈 길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신업계는 지난 3일 기준 약 8만개 수준이던 5G 기지국을 올 하반기에 약 24만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 기지국을 집중하면 다른 지역에서 '홀대' '차별' 논란이 일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전국 85개 시에 기지국을 추가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기지국 24만개를 확보하면 5G 데이터 트래픽의 약 80% 정도는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 9월 이후부터는 건물 안에서도 5G 신호가 제대로 잡힐 수 있도록 중계기 설치에 본격 나선다.

각 통신사는 초기 5G 고객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사 홈페이지에 소비자들이 정확한 5G 네트워크 상황을 알 수 있는 5G 커버리지 지도를 공개했다.

KT는 '5G네트워크 품질 전사 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스마트폰 제조 업체와 일일 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있다. LG유플러스는 15일부터 5G와 LTE 간 결합으로 속도를 높이는 업데이트를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