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오덴세에는 2012년까지 덴마크 최대 조선소였던 '머스크조선소'가 있었다. 1904년 설립된 덴마크의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자체적으로 사용할 선박을 건조(建造)하기 위해 오덴세에 1919년 조선소를 완공했다. 1992년 세계 최초로 30만DWT(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t수) 컨테이너선을 건조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한국 조선사들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머스크조선소는 인건비 절약을 위해 용접과 도색 등을 자동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2012년 이 조선소를 폐쇄했다. 머스크 조선소 폐쇄와 글로벌 금융 위기가 겹치면서 오덴세는 실업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경제난을 겪었다.

조선업은 몰락했지만 축적된 자동화 기술은 남았다. 오덴세의 시(市) 정부와 대학, 기업들은 이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높은 인건비 때문에 덴마크를 떠나는 제조업을 붙잡을 수 있을 거라는 판단도 있었다. 핵심 역할은 대학이 맡았다. 머스크는 1990년대 중반 오덴세에 있는 덴마크남부대학(SDU)에 7500만크로네(약 130억원)를 투자해 로봇연구소를 세웠다. 2005년에는 이 대학 출신들이 중심이 돼 '유니버설 로봇'을 만들었다. 기업들은 세계 1위 코봇 업체인 '유니버설 로봇'을 중심으로 로봇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대학은 이 업체들에 전문 인력을 공급했다. 현재 오덴세 코봇 클러스터에 근무하는 인력의 80%가 덴마크남부대학 출신이다. 시 정부는 오덴세 로보틱스라는 로봇 지원 조직을 만들고 시 예산을 투입했다. 이 대학 로봇연구소 할렌보르그 소장은 "조선업에 매달리지 않고 과감하게 산업 구조를 바꾼 것이 오덴세 성공의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