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우리 삶을 바꾸고 있다. 미국 운송·부동산·숙박 시장을 뒤흔든 우버, 위워크, 에어비앤비만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로켓배송을 도입한 쿠팡, ‘국민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차세대 금융 서비스 토스를 개발한 비바리퍼블리카, 배틀그라운드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크래프톤 등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 스타트업만 벌써 6개. 조선비즈는 4차 산업혁명을 책임질 유망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만나 그들이 꿈꾸는 미래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많은 창업가들의 창업 이유와 배경은 모두 제각각이다. 처음부터 창업에 뜻을 품고 10대 때부터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창업은 전혀 생각없다가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로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모바일식권 서비스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벤디스의 조정호 대표가 바로 후자의 경우다.

2014년 1월 설립된 벤디스는 같은 해 9월부터 기업용 모바일 식대관리 솔루션이자 직장인을 위한 모바일식권 서비스 식권대장을 선보였다. 식권대장은 종이식권과 식대장부, 법인카드 등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하고 있던 기업 식대 시장을 스마트폰 기반으로 전환한 서비스다.

지난 2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벤디스 사무실에 만난 조정호 대표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중 아이폰 3GS 출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만 빼고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공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고시를 접고 IT를 활용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면서 창업에 나섰던 이유와 시기를 회상했다.

조정호 벤디스 대표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벤디스는 서비스 시작 5개월 만인 2015년 2월 벤처캐피탈(VC)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로부터 7억원의 초기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2016년 7월 KDB산업은행과 우아한형제들, 네이버로부터 3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등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07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 한국타이어, 현대오일뱅크, 농심NDS, 법무법인 율촌 등 250여개사가 식권대장을 사용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평창 동계패럴림픽 자원봉사자 식음 제공 모바일식권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월 식대 거래액은 41억원에 달한다.

사실 벤디스는 조정호 대표의 첫 창업회사는 아니다. 그도 두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조 대표의 첫 창업은 2011년 골목 식당에서도 스마트폰으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게 한 ‘숨포인트’였다. 이후 골목식당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 ‘브로컬리’로 전환했지만 결국 자금 사정으로 폐업수순을 밟았다. 그는 "두번의 창업이 안 좋게 끝났고 금전적으로도 수입이 없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면서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창업의 길로 들어선 만큼 무엇인가 해내야 한다는 생각과 의지가 강했던 것 같고, 그걸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회는 찾아왔다. 한 대형 게임사로부터 구내식당을 비롯한 사내 직원용 편의시설에서 바코드나 QR코드 리더기를 설치하지 않고도 직원들이 스마트폰 앱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것이다. 정식 계약을 하기도 전에 조 대표는 기존 창업 멤버와 함께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지만 해당 업체의 사정상 정식 계약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위기에서 사고를 전환해 식권대장이라는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는 "사실 너무 허탈했지만 계약 불발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이런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어딘가에 존재하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영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조정호 벤디스 대표는 식권대장을 직장인들의 사무실 식음료를 담당하는 플랫폼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조 대표는 모바일식권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벤디스를 ‘오피스 푸드 테크’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벤디스는 이런 일환에서 최근 찾아가는 구내식당 서비스 ‘플레이팅’에 투자를 단행했다. 우아한형제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벤디스가 푸드 테크 후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면서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조 대표는 "오피스 푸드 테크라는 산업을 사람들이 인지하고 어떤 시장인지, 벤디스가 여기서 어떤 플레이어인지를 알리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목표이자 숙제"라며 "모바일식권이 1단계였다면 식권대장 플랫폼이 더 많은 회사원들 삶에 녹아 들어가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비전공자 출신으로 테크 관련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있어 외주를 처음부터 생각하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결과물이 다를 수 있다"면서 "처음부터 개발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논의를 거쳐 서비스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실패할 수 있지만 이는 자신의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창업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