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건강은 여성의 가장 큰 걱정거리이자 관심거리이다. 매달 찾아오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생리를 거부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다가도 갑자기 생리주기가 미뤄지면 무슨 문제가 생겼나 하는 걱정과 불안감이 찾아온다.

과거 자궁질환은 폐경으로 인해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줄어든 장년층의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불규칙한 생활,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도 중요한 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생리통과 생리불순 등이 자궁 건강의 이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경욱 고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생리통이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 원인 질환의 여부를 파악하고 증상 조절을 위해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며 "특히 중년 여성에서의 생리통은 다양한 질환으로 인한 ‘이차성(속발성) 생리통’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선DB

◇ 생리통, 프로스타글란딘 호르몬이 통증 유발

생리통은 월경 전후로 발생하는 통증으로, 가임기 여성의 절반 이상이 경험하고 있다. 심한 경우 복통 이외에 구토, 설사, 요통, 두통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고 흔히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게 된다.

생식기관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발생하는 생리통을 ‘원발성 생리통’이라고 구분한다. 골반 내에 뚜렷한 병변없이 발생하는데 월경 시작 직전 혹은 직후에 발생하며 2~3일 정도 통증이 지속된다.

원발성 생리통은 자궁내막에서 생성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과다 분비돼 자궁 수축을 유발해 통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명환 인제대 상계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생리 중 나타나는 프로스타글란딘 호르몬은 강력한 혈관 수축과 자궁 수축을 유발하므로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통증 경감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비마약성 진통제는 내성이 거의 없을 뿐더러 중독성이나 의존성도 없어 생리통이 심한 경우 무조건 참지 말고 적절하게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경고 신호일수도…원인 질환 찾아야

반면, 생리통이 다른 질환으로 인한 신호일 수도 있다.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속발성 생리통’으로 구분한다. 평소 생리통이 없다가 발생하는 경우, 통증 강도가 심해지거나 통증 발생 기간이 길어진다면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과 같은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자궁근종은 자궁의 근육층에서 발생하는 종양으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으나 생리통, 생리과다, 빈혈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근종의 경우 양성이라면 종양에 속하므로 반드시 추적 검사와 수술이 필요하다.

자궁근육층이 일부 또는 전체적으로 커지고 두꺼워지는 질환인 자궁샘근육증(자궁선근증)도 생리통 및 생리과다의 흔한 원인 질환이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조직이 자궁 밖의 복강 내 조직, 난소 등에 부착돼 생기는데, 심한 생리통, 만성 골반통, 난임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생리통은 생리 전부터 시작돼 생리 기간 내내 지속되기도 하며, 복통 이외에도 엉덩이, 항문, 하지 등으로 전달되는 방사통을 보일 수도 있다.

김명환 교수는 "극심한 생리통이 반복되거나 평소에 없던 생리통이 생겼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 원인 질환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생리주기 21일 미만 또는 40일 이상 변화 주의

생리불순은 많은 여성들이 한 번 이상은 겪는 매우 흔한 질환으로 나이, 호르몬, 내분비 질환 등 발병 요인은 다양하다. 특히 과도한 다이어트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배란 기능 장애로 인해 생리불순을 겪는 젊은 여성들도 많다.

이재관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만약 생리불순은 생리주기가 21일 미만으로 짧아졌거나 40일 이상 생리주기가 길어지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생리주기는 배란주기를 반영하므로 무월경이 지속된다면 배란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자궁을 위해서 30대부터는 6개월 마다 자궁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진찬희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생각 외로 미혼여성들 중에서 부인과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병원을 찾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고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감기에 걸렸거나 배가 아프면 병원을 찾듯 산부인과에 가는 것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