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플라자 본점 오는 8월말 폐점...백화점 침체에 문닫기로
383개 매장직원 고용불안 확대...AK "브랜드가 해결할 문제, 관련없어"

10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AK플라자 본점. 평일 낮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백화점 내부는 한산했다. 여성정장 매장이 있는 3층에는 손님 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이따금 들어온 손님들도 매장 내 상품을 둘러보지 않고 백화점 통로를 빠르게 지나갔다.

같은층 스포츠 의류 매장도, 한층 위 남성복 매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원들은 컴퓨터만 바라보거나 매장 내 상품만 계속해서 정리했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매장에 흐르는 클래식 음악은 적막감을 더했다. 손님이 많은 곳은 1층 구두 이벤트홀과 휴식공간 뿐이었다.

AK플라자 구로점 3층 여성정장 매장. 손님이 없이 한산했다.

AK플라자 구로점이 오는 8월 31일 27년만에 폐점한다. 영업이 악화되면서 더이상 점포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AK플라자 구로본점의 지난해 매출은 약 1300억원대로 전년보다 5% 가량 감소했다.

AK플라자 구로점은 과거 서울 서남권 상권의 유일무이한 백화점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목동 현대백화점과 영등포 신세계백화점·타임스퀘어·롯데백화점, 신도림 현대백화점 등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위축됐다.

최근 들어 다양한 명품을 선보이는 다른 백화점과는 달리 이렇다할 명품 매장이 없어 고객이 더욱 줄고 있다. AK플라자 구로점에는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인기명품이 없고, 명품 편집샵 비아델루쏘가 전부다.

스포츠 의류 매장에서 근무하는 임모(29)씨는 "온라인 시장이 커지는데다 근처에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 아웃렛까지 몰려있어 계속해서 손님이 빠지고 있다"며 "동네 주민과 예식장 손님들만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AK플라자 구로점 1층. 점심시간이 가까운 시간이지만, 많은 손님이 찾지 않았다.

직원들은 대부분 입점업체 소속이지만 폐점 후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추후 들어올 유통업체와 재계약한다거나, 새로 생기는 지점에 들어갈 계획도 아직 없는 상태다.

남성복 직원에 일하는 안모(55)씨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라서 고용이 걱정된다"며 "폐점 소식 외에는 우리도 아는 게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도 "10년 이상 근무했는데 사라진다니 아쉽다"며 "폐점 소식 이후 들은 건 전혀 없고 매출만 30% 정도 빠졌다"고 했다.

AK플라자 측은 지난 12월에 폐점을 알렸으며, 판매사원들의 고용은 입점 브랜드가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입점한 383개 브랜드와 원만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직원들은 각 브랜드 소속이라 고용 상황이 제각각 다르고, 백화점 본사가 아닌 브랜드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AK 구로점 건물이 향후 어떻게 쓰일지도 미지수다. 판매사원과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인테리어를 바꾸고 롯데 등 대형유통업체가 들어온다는 뜬 소문만 돌고 있다. 애경그룹은 지난 2009년 유동성 확보를 위해 CR리츠 유엠씨펨코리테일에 AK플라자 구로점을 약 1520억원에 매각해 이곳을 임차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양명숙(51)씨는 "신혼부터 아들이 군대에 갈 때까지 20년 넘게 이용해왔다"며 "직원들과도 익숙해졌는데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해서 아쉬운 마음 뿐"이라고 했다. 인근 주민 김시옥(61)씨도 "10년 간 자주 이용해 왔는데 백화점을 찾는 손님이 줄어들어 폐점한다니 아쉽다"고 했다.

구로역과 연결된 AK플라자 통로. 오는 8월 폐점 예정이지만, 아직 어떤 건물이 들어설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AK플라자는 매출 부진 점포인 구로점의 문을 닫고 효율화를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백화점 시장 점유율은 2% 후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적자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다. AK플라자는 이달 세종시에 AK&의 문을 열고, 2022년 상반기 AK타운 안산점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