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스페인의 탄광 도시 푸에르토야노에 태양광 광풍(狂風)이 불면서 세계 각지에서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농부들은 농사를 포기하고 태양광 건설업자에게 땅을 팔았다. 스페인 정부가 태양광에 보조금을 뿌리면서 2008년 세계 태양광 설비 절반이 스페인에 만들어졌다. '21세기 골드러시'로 불렸다.

스페인은 300일 이상 햇볕 쨍쨍하고, 연평균 20도, 여름은 40도가 넘는다. 단위 면적당 1580킬로와트시(KWh)의 태양광이 내리쬐어 천혜의 태양광 발전 조건을 가졌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와 과도한 보조금 탓에 태양광 버블(Bubble)은 몇 년 만에 붕괴했다. 지난해 스페인 발전량에서 태양광의 비중은 겨울엔 1.6%, 햇빛이 많은 7월에도 4.1%에 그친다. 스페인 원전 비중은 여전히 20%를 웃돈다.

전 세계에서 2008년부터 10년간 1449조원이 태양광에 투자됐지만,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들은 모두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를 줄여 매년 감소 중이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 때문에 각종 에너지원에 다 투자하고 있는 중국만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려 처음으로 선진국 투자 규모를 넘어섰다. 그나마 중국 덕분에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 금액은 제자리걸음이라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가야 할 길이지만 전력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탈(脫)원전의 대안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선진국, 재생에너지 투자 3년 연속 감소

21세기 글로벌신재생에너지네트워크(REN21)가 발간한 '2018 재생에너지 글로벌 리포트'에 따르면 2017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2800억달러(318조92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60억달러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2015년(3240억달러)을 정점으로 수년간 정체 상태다. 선진국(OECD 회원국) 투자액은 2011년보다 48% 감소했다. 3년 연속 감소세다. 재생에너지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의 투자액은 2011년을 정점으로 68% 급감했다. 2004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을 기록했다.

외계인들의 기지? 대륙의 태양광 패널 - 2017년 중국의 재생에너지 투자액이 처음으로 선진국을 앞질렀다. 2017년 전 세계에 새로 세워진 태양광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만들어졌다. 사진은 중국 북서부 칭하이성에 세워진 태양광 패널.

선진국 투자 감소분을 중국이 메우고 있다. 중국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2008년 253억달러에서 2017년 1266억달러로 5배가량 늘어, 처음으로 선진국 투자액을 추월했다. 2017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의 45%를 중국이 쏟아부었다. 독일(전년 대비 -35%), 영국(-65%), 일본(-28%), 미국(-6%)은 투자를 줄였다.

발전원(源)별로 보면, 태양광을 제외한 풍력(-12%), 바이오(-36%), 지열(-34%) 투자가 모두 감소했다. 에너지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2017년 새로 만들어진 전체 발전소의 38%가 태양광이었지만 중국이 그 중 절반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10년간 태양광에 1449조 투자… 발전 비중은 1.9% 불과

2017년 말 재생에너지 중 수력을 제외한 설비용량은 1081GW(기가와트)에 달한다. 원전 1기 발전용량이 1GW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081개 원전 설비용량과 맞먹는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가 세워졌다는 의미다.

2008~2017년 태양광에 쏟아부은 돈은 1449조원, 풍력 투자액은 1112조원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됐지만, 풍력과 태양광 발전 비중은 각각 5.6%와 1.9%에 불과하다. 수력(16.4%)을 제외하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 조금 넘는 수준으로 원전 비중과 비슷하다. 중국 역시 2018년 말 발전 설비 용량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9.1%와 9.7%이지만 실제 발전량 비중은 2.5%와 5.2%에 그친다. 중국의 원전 설비 비중은 2.4%이지만 발전 비중은 4.2%에 달한다.

◇원전보다 10배 투자한 태양광… 발전량은 오히려 적어

설비용량과 발전량 비중 차이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에 제약을 받는 재생에너지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다. 2017년 170억달러가 투자돼 10GW 원전이 신규 건설됐다. 태양광은 1608억달러 투자로 98GW가 지어졌다. 연간 발전량은 원전이 태양광의 6배이고, 수명도 원전(60년 이상)이 태양광(20~30년)보다 2~3배 길기 때문에 실제 발전할 수 있는 총량은 원전이 태양광의 12~18배에 달한다. 지난해 건설된 태양광은 원전보다 10배 가까운 자금을 쏟아붓고도 원전 발전량에 못 미치는 전력을 생산하게 되는 셈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조건이 좋은 포르투갈의 태양광과 풍력이 한 해 생산하는 전력을 모두 합쳐봐야 신고리3호기 하나의 발전량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재생에너지는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