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이상 막혀 있던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LG화학삼성SDI가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한 첫 관문인 '형식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예정인 중국 정부가 해외 기업의 진출 차단 정책을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제318차 형식 승인 통과 자동차 목록'에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둥펑르노자동차의 전기차 4종과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충칭진캉자동차의 전기차 1종이 올라갔다. 형식 승인이란 중국 정부가 전기차용 배터리 보조금을 지급하기 전에 후보군(群)을 선발하는 단계다. 중국 정부는 다음 달에 이번 형식 승인 178개 모델 가운데 최종 보조금 지급 대상을 선정·발표할 계획이다.

폭발적으로 커지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제대로 시장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대당 수백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보조금 제도를 해외 기업의 자국 진출을 막는 장벽으로 활용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 6월 '전기차 배터리 모범 규준 인증'에서 한국 기업들을 탈락시킨 이후 2년 9개월 동안 보조금 대상에서 줄곧 제외했다. 중국 CATL·BYD는 내수 시장을 발판삼아 세계 1·2위 배터리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이번에 LG화학과 삼성SDI가 보조금을 지급받으면 CATL·BYD와 중국 시장에서 동일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 보조금 지급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도 한국 업체에는 호재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250㎞ 이하인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작년까지는 주행거리 150㎞만 넘으면 보조금을 지급했다. 예전에 최대 5만위안(약 850만원)까지 주던 보조금도 올해는 2만9000위안(약 493만원)으로 줄였다. 기술력이 중국 업체보다 앞선 LG화학·삼성SDI로서는 이런 조치들을 반길 수밖에 없다.

LG화학과 삼성SDI는 현지 생산 라인을 확대하면서 시장 재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LG화학은 난징(南京)에 전기차·전기자전거용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 1조2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고, 삼성SDI는 시안(西安)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내년에 보조금 정책은 중단하겠지만 또 다른 규제를 들고 와 해외 기업 진입을 막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월 상하이GM이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의 형식 승인을 받았지만 최종 보조금 대상에서는 빠졌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예정대로 중국 정부가 내년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 큰 기회가 올 것"이라면서도 "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가 정말 있는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