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지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디지털화로 종이 수요가 감소, 사양산업으로 불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한솔제지(213500), 무림페이퍼(009200), 아세아제지(002310)등 주요 제지업체들은 2010년 이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골판지 박스 원료인 폐지 가격이 하락했고, 온라인 쇼핑 증가로 택배 박스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형진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교수(한국펄프종이공학회 회장)는 "디지털화로 인쇄용지 시장은 줄었지만,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택배 박스 등 산업용지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제지업체인 한솔제지는 지난해 매출 1조7923억원, 영업이익 1113억원을 달성했다. 2017년보다 매출은 11.9%가 늘었고, 영업이익은 75%가 증가했다. 무림페이퍼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2017년 대비 각각 7.2%와 77.9% 증가했다.

신대양제지, 아세아제지 등 골판지업체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신대양제지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7년보다 306.2% 증가한 1166억원을 기록했다. 아세아제지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982억원(1752.8% 증가), 태림포장은 357억원(981.8%), 영풍제지는 180억원(462.5%)을 달성했다.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국내 제지업계가 호황을 맞은 데는 중국이 환경 보호를 이유로 골판지 박스 원료인 폐지 수입을 제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 폐지가 넘쳐나면서 폐지 가격이 폭락했다. 원재료 비용 부담이 줄자 제지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폐지 가격은 2017년 평균 t당 13만원에서 지난해 t당 7만8000원으로 40% 하락했다.

서울의 한 고물상에 폐지 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택배 박스 등 포장재 수요가 증가한 점도 제지업계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5년 54조원에서 지난해 111조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택배 물량은 18억박스에서 25억4000만박스로 늘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동남아 폐지 수요가 늘어 폐지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며 "올해도 제지업체의 실적 개선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알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