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70세로 8일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 회사로 키워낸 경영자로 꼽힌다. 아버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뒤를 이어 ‘수송보국(輸送報國)’이라는 일념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다.

사진 촬영 중인 조양호 회장.

조 회장의 대표적인 경영 철학은 ‘시스템 경영론’이다. 최고경영자(CEO)는 시스템을 만들고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 하면서 모든 사람이 각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비유된다.

조 회장은 지난 2017년 신년사에서도 시스템 경영론을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들이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한 규정과 매뉴얼을 충분하게 이해하고 반복 훈련을 통해 생활화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정확하고 단호한 대처가 이뤄진다면 문제가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수송업에서 안전이 가장 중요한 지상 목표라고 강조했다. 항공사 생명은 서비스이고, 최상의 서비스는 최고의 항공사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이라며 고객 중심 경영에 중점을 뒀다. 그의 경영 철학으로 한국 항공사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해외 출장도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여기고 서비스 현장을 돌아보고 안전에 저해되는 요소가 없는지 면밀하게 살폈다. 성격도 소탈한 편이다. 평소 수행비서 없이 출장을 다니며 접객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생생한 의견을 들었다. 취항지도 직접 사전답사 후 결정한다. 미국에서 허름한 숙소에 묵고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6000마일(9600㎞)을 운전해 답사한 일화는 유명하다.

조양호 회장이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취미는 사진이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모아 달력을 만들기도 하고, 2009년에는 사진집도 출간했다. 조 회장은 사진집 머리글에서 "부친이 선물해주신 카메라를 메고 세계를 여행하며 렌즈 속에 담아왔던 추억들이 아직도 가슴 속에 선연하다"고 했다. 그가 국내외에서 촬영한 사진은 대한항공 광고에 활용되기도 했다. 그는 술, 담배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육군 병장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1970년 미국 유학 도중 입대해 강원도 화천 육군 제7사단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했다. 베트남에 파병돼 11개월 동안 퀴논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1973년 7월 만기 전역할 때까지 36개월 동안 복무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의 모든 관심은 오로지 고객, 그리고 고객을 위한 안전과 서비스였다"며 "본인을 챙길 겨를 없이 모든 것을 회사를 위해 쏟아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