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부동산 정보서비스(프롭테크)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가상현실(VR) 기술이 상업용 부동산 정보에도 적용되고, 인공지능(AI)의 활용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프롭테크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3일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밸류맵’은 기존 부동산 매물 정보에 VR 기술을 적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밸류맵은 현재 토지와 주택, 빌딩, 공장, 상가의 실거래가를 지도 위에서 보여주는 서비스를 한다.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의 실거래가를 보여주는 서비스는 많지만, 토지와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정부가 제공하는 실거래가 자료에 지번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인데, 밸류맵은 이를 찾아내 지도에 표시하는 기술을 가졌다.

VR 기술이 적용된 밸류윙스 화면.

밸류맵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오는 4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용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6월에는 토지와 공장, 빌딩 등 자사 부동산 매물 서비스에 ‘밸류윙스’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VR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밸류윙스를 이용해 빌딩 입구를 클릭하고 들어서면 마우스를 움직여가며 이곳저곳을 살펴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클릭해 들어간 다음 지하층을 누르면 지하로, 5층을 누르면 5층으로 이동해 건물 어느 곳이든 찾아볼 수 있다. 토지의 경우 드론을 활용해 공중에서 입체적으로 촬영해 보여줄 예정이다.

현재 일반 주거용 부동산 매물에 대해서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토지와 건물의 VR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는 없다. 밸류맵 관계자는 "기존 토지와 건물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많지 않아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분야"라면서 "전국에 VR을 촬영할 수 있는 파트너를 구축해 단가를 낮추는 등 널리 이용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과 투자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인 ‘랜드북’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의 기술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 랜드북 지도에서 지번을 찍으면 먼저 토지면적과 지목, 용도지역 등과 함께 토지가격을 추정해 알려준다. 특히 랜드북 인사이트라는 서비스를 통해 이 토지에 다세대나 다가구를 신축해 분양하거나 임대했을 때의 기대수익까지 알아서 계산해주는 것은 물론 간단한 설계 모형까지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랜드북 인사이트 플러스 화면.

랜드북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 랜드북 인사이트가 추정 전체면적과 추정 기대수익 정도를 보여준다면, 새로 출시될 ‘랜드북 인사이트 플러스’는 개발 후 세대수와 법정 주차 대수, 계단실 위치 등까지 감안한 설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일조권 사선제한(일조권 확보를 위해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것)을 비롯해 주차 공간과 계단실 위치 등은 재건축 수익성을 알아보는 데 핵심이 되는 항목들이다. 인공지능이 이런 것들까지 감안한 가설계를 진행하는 것이다.

조성현 스페이스워크(랜드북 개발사) 대표는 "건축법을 비롯한 관련 법규가 해마다 수십 가지씩 바뀌는 게 현실"이라면서 "인공지능이 법규의 제한 속에서 임대수익률이나 분양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입체(부피)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대략의 설계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랜드북은 현재 체험단을 모집해 랜드북 인사이트 플러스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추후 이 서비스를 매입자문서비스와 연계해 자동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어반베이스는 VR 기술을 활용해 2차원(2D) 도면만 있으면 3차원(3D) 공간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VR 서비스는 VR 촬영 장비로 직접 촬영해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 회사는 직접 촬영하지 않아도 VR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내부 구조를 마음대로 바꿔 가며 VR 영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 등이 장점이다.

어반베이스의 서비스도 인공지능 기반이다. 기존 도면들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도면을 넣으면 스스로 입구와 벽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 창문 위치까지 알아서 계산한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건축 기준이나 법규에 명시된 창문의 크기와 높이 등을 인공지능이 알고 있기에 2D 도면을 3D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도면을 넣으면 2초만에 3차원 영상이 나온다"고 말했다.

어반베이스는 최근 건축가용 서비스도 새로 시작했다. 증강현실(AR) 기술이 새로 접목된 것이 특징.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에서 AR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가 작동하면서 주변을 분석해 3차원으로 구현한다. 공간을 분석하고 인식하는 ‘공간 트래킹 기술’이 핵심이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산업이 커질 조짐이 보이자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4년 창업한 어반베이스는 지금까지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KDB캐피탈과 신한캐피탈 등이 주요 투자자다. 이 회사는 최근 일본의 부동산 개발업체 등과 제휴를 맺은 것은 물론 투자 협상도 진행 중이다. 스페이스워크는 지난 2016년말 5000만원의 자본으로 시작해 1년 후 4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다시 1년쯤이 지난 올해 초 KB인베스트먼트와 직방 등에서 17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부동산 정보업계 관계자는 "각종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른 데다 사업과 접목할 여지가 많아 투자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