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내 카자흐스탄과 필리핀에서 우리 회사가 개발한 암 위험도 예측 서비스 ‘아이파인더(i-finder)’를 활용한 암 검진이 시작됩니다."

국내 바이오기업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이 자체 개발한 암 위험도 예측 서비스 '아이파인더'가 첫 해외 수출 길에 올랐다.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인 김철우 대표이사(67·사진)가 2001년 1월 설립한 회사다.

‘아이파인더’는 환자의 혈액 내 바이오마커를 분석해 암 위험도를 예측·진단해주는 혈액다중표지자검사 서비스로, 18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나온 산물이다. 몸 속 종양마커 8종과 염증·대사물질·신생혈관인자 9종, 면역활성인자 3종 등 총 20개의 바이오마커를 진단에 활용해 암 위험도를 검사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2014년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상용화했으며 이후 국내 300여개 병·의원과 건강검진기관에 제공해왔다.

최근 조선비즈와 만난 김철우 대표는 "그동안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을 타깃으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며 "올해 2분기 내 카자흐스탄 MPK 클리닉(MPK Clinic)과 필리핀 최대 검진센터 하이 프리시젼(Hi-Precision Diagnostics)에 공급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파인더를 해외 기관으로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계속해서 해외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암 환자 때늦은 발견 안타까워 연구 매진

1985년부터 2017년 서울대의대 병리학과 교수로 지낸 김 대표는 지난 2001년 의학, 생화학, 약학, 통계학 교수들과 함께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을 세워 연구를 시작해 2005년 서울대 종양면역의과학센터와 협약을 맺고 체외진단기술 개발을 했다.

김 대표는 "병원에 오는 수많은 환자들의 암 확진 판정을 제가 내렸다"며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왔을 때는 이미 종양이 성장한 상태로, 초기에 증상이 없다 뒤늦게 암을 발견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도 병원에서 암 진단 방법은 20여년동안 거의 답보 상태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며 "암을 조기에 발견, 관리,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고 연구하다 기술을 개발해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학자로서의 고민과 연구를 기술 개발, 사업·제품화하는 결실로 키운 셈이다. 김 대표는 "연구 개발 기간이 길었고, 실제 상업화 기간은 3~4년에 불과하다"며 "바이오벤처로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survival)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웃음지었다.

김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조기에 발병 위험을 미리 예측·관리·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 "BT·IT 융합, 아이파인더로 암 검진 새 패러다임"

바이오마커란 몸속 세포나 혈관, 단백질, DNA, 바이러스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다. 암에 걸리면 종양은 특정 단백질을 배출하고 종양 주변 세포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이러한 혈액 속 바이오마커 농도가 높으면 암 가능성도 크다고 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아이파인더는 인체 내 소량의 혈액을 채취한 후 혈액 내 단백질 바이오마커 분석값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을 분석해 8대(폐·간·위·대장·전립선·유방·췌장·난소) 암과 8대 만성질환(면역·염증, 심혈관 기능, 당뇨 성향, 대사증후군, 갑상선 기능, 간 기능, 신장 기능, 혈액 이상)에 대한 위험도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마디로 아이파인더는 IT와 BT 융합의 산물"이라며 "증상이 없는 초기 단계에서도 기존 액체생검보다 검사 정확도가 높다"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아이파인더는 폐암에서 93%, 간암 94%, 위암 85%, 대장암 91%, 난소암 97%, 췌장암 95%, 전립선암 99%, 유방암 79%의 민감도를 보인다. 민감도는 암이 있는 사람을 암이 있는 것으로 찾아내는 확률로, 진단의 신뢰성의 의미한다.

아이파인더는 단백 마커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혈액이나 타액에서 질병과 관련있는 유전자 변이(DNA)에 주목하는 액체생검 및 유전자 검사와 다르다. 김 대표는 "암 발병에 있어서 유전적 영향은 크게 잡아 5% 미만으로, 암이 나이든 사람에게 많이 생기는 데 이는 후천적 요인, 즉 생활습관이 누적된 결과라는게 의사로서의 견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파인더를 통해 조기에 암 위험도를 예측, 발견할 수 있다"며 "앞으로 치료의 패러다임이 발병 후 진단·치료하던 방식에서 발병 전 예방·관리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소기포와 초음파로 표적 약물 전달

이 회사는 미소(미세)기포와 초음파 기술을 활용해 약물을 표적부위에 안정적으로 전달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약물 부작용은 극소화하는 ‘표적 약물 전달 시스템(Drug Delivery System·DDS)’을 개발 중이다. 주파수 20㎑를 초과하는 초음파를 물리적으로 밖에서 쪼여 약물이 흡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쉬운 예로, 연구진이 연구 과정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바르고 DDS 기반 초음파를 쪼이자, 잔주름이 펴지는 결과를 보였다. 고분자 물질의 경우 주사기로 피부를 침습해 주입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인데, 비침슴적으로도 약물의 효과를 낼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셈이다.

김 대표는 "미세기포 안에 약물을 넣고 초음파를 쪼여 기포가 약물이 도달해야하는 표적 조직 속으로 파고들도록 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약물이 표적하는 부위까지 도달하기 어렵고, 약물이 정상 조직에 영향을 끼쳐 부작용도 발생한다"며 "이 기술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말까지 탈모 및 피부에 이 기술을 적용한 의약품을 우선 개발하려고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연구 데이터를 쌓아 피부질병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항암 표적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해 항암제 의약품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항암약물 치료 부작용으로 백혈구가 줄어들고, 머리카락도 빠진다. 우리 몸에 몇백분의 1의 크기인 종양을 없애기 위해 온몸의 세포가 약을 다 흡수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회사의 아이파인더를 통해 환자가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또 DDS를 통해 항암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궁극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