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인터넷 은행에 도전하는 '토스뱅크'가 앞으로 중(中)금리 대출 시장을 주 공략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출범 2주년을 맞은 인터넷은행 선발 업체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이미 중금리 대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시중은행도 최근 잇따라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금융 소비자들이 좀 더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하지만 인터넷 은행 경쟁이 가계 대출로 몰려 가계 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토스, "데이터를 무기로 정밀한 중금리 대출"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상공인과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혔다.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는 한화투자증권, 해외 벤처캐피털 등 7곳과 손잡고 지난 27일 새 인터넷 은행 인가 신청을 냈다. 이 대표는 "중금리 대출의 핵심은 중간 정도의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가려내느냐 하는 신용평가 모델을 만드는 것인데, 현재 제대로 중금리 대출을 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 등에서 보증받는 조건으로 대출하거나 금리가 너무 높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토스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금융회사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1200만명에 달하는 토스 고객이 있고, 토스뱅크 출범을 앞두고 제휴를 맺은 배달의 민족, 직방 등과 협업하면 정밀한 소비자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은 가맹점주가 한 달에 물건을 어느 정도 파는지, 원가는 얼마인지, 결제는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의 자료가 있고 토스 서비스를 쓰는 가맹점주라면 통장 거래 내역도 있다"면서 "이 가맹점주의 동의를 받아 각 데이터를 분석하면 이를 기반으로 신용평가를 정밀하게 해 소상공인 대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자본 확충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 이 대표는 "자본 문제는 우리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해외 벤처캐피털 3곳이 토스와 토스뱅크 양쪽에 모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서 함께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금리 틈새시장 공략이 목적

현재 중금리 대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KT가 주도하는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다. KT의 각종 통신 데이터를 분석해 대출 심사에 활용한다. 2017년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지난 2년간 시장에 총 6000억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했다.

카카오뱅크도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정책 대출 상품인 '사잇돌대출'을 통해 빠르게 중금리 대출을 늘리고 있다. 최근 2개월 새 1400억원 넘게 대출 실적이 났다. 올해 1조원 중금리 대출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인터넷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 후발 주자들이 중금리 대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수백조 자산을 가진 1금융권 은행들이 아직 적극 공략하지 않는 틈새시장이라서다. 현재 국내 금융권에는 '금리절벽' 현상이 뚜렷하다. 1금융권에서는 3~5% 안팎의 대출 상품이 있지만 높은 신용도를 요구한다. 여기서 대출받지 못하면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에 가야 하는데 금리가 10%대 후반에서 20%대로 가파르게 뛴다. 중·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은 위험하다고 봐서 아예 대출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는 뜻이다. 인터넷 은행들은 강점인 데이터 수집·분석 등 IT 기술력을 앞세워 중·저신용자의 재정 상황 등을 면밀하게 분석할 경우 위험을 줄이면서 효율적인 대출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터넷 은행이 결국 금융권에 혁신적인 새 바람을 불러오는 게 아니라 기존 은행권의 영업 방식을 판박이하듯 가계 대출에만 집중해 출혈 경쟁만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中)금리 대출 상품

연 6~18%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 연 3~5%대의 시중은행 대출 상품과 2금융권에서 연 20%대로 판매하는 고금리 대출 상품의 중간 금리 수준을 내건 대출 상품이란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