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만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최저임금인상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이미 다 한 이야기"라고 답했다. 선거 당시 1번 공약으로 "최저임금 동결"을 내세웠던 것과 사뭇 톤이 달랐다. 재차 묻자 "어떤 부분은 체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다 문제라는 게 아닙니다. 최저임금 인정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업은 또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죽겠다고 해요. 여기에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는 단위 기간(현재 3개월) 문제도 겹쳐 있습니다. (최저임금 정책에) 되돌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 잘 압니다. 다만 할 수 있는 부분은 완화해서 우리가 '감내(堪耐)'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지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6일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부 정책에 되돌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잘 안다”면서 “다만 중소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만큼, 현실적 완화를 해달라”고 말했다. 23·24대 중앙회장을 역임한 김 회장은 지난달 26대 회장 선거에서 또다시 당선, 중앙회 최초의 3선 회장이 됐다.

김 회장은 "어렵다는 말은 많이 했다"며 "이제 한탄보다 (중소기업 스스로가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도 했다. "수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 협동조합을 활성화해, 현재의 불황을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5단체장 중 하나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고위층 인사와 만나, 360여 만이나 되는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그래서 '중(中)통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의전은 부총리급이나 장관급 수준으로 받는다. 김 회장은 4년 임기의 이 자리를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연임(連任)했고, 지난 5일 26대 회장으로 재선출되면서 세 번째로 맡게 됐다. 중앙회가 생긴 196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내가 한 번은 더 봉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어떤 부분은 체념… 감내할 수 있게 도와달라"

젊은 시절, 수출의 탑 - 1998년 로만손 창업 10주년 당시의 김기문 회장. 그 시절 중소기업인 최고의 영예로 꼽혔던 ‘천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김 회장은 '정부에만 짐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을 위해 개선할 부분을 민간 차원에서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대기업 중소 협력업체들의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그중 하나다. "대기업이 대개 10% 이상 이익이 납니다. 중소기업도 그만큼 이익이 나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연구개발도 하고, 설비도 늘리고, 최저임금 올리고, 노동시간을 줄일 여유가 생기지요. 이런 풍토를 만들어 가자는 겁니다."

이런 자발적 노력의 하나로 원자재 가격과 중기 납품가를 연동할 수 있도록 돕는 '표준원가센터'와 중소기업들이 투자한 중소기업 전용 은행(KBIZ은행) 설립 등을 언급했다. 그는 "민간 차원의 중소기업 지원 인프라를 통해 중소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4차산업에서 앞서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드론이나 전기차를 만들어도 볼트·너트, 금형이 꼭 필요하다"면서 "아무리 첨단 산업도 결국 중소기업이 바탕이라는 점을 (정부가) 더 잘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기업만 해도 여유가 있어요. 심지어 협력 중소기업들에 그 짐을 나눠 지게 할 수도 있지요. 그럼 어떻게 되겠습니까. 중소기업에 모든 부담이 쏠리지 않겠습니까.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게 좀 해달라는 겁니다."

인터뷰하는 90분 동안, 겉도는 듯한 긴장감이 팽팽했다. 정부를 상대하는 중소기업의 대변자인 중기중앙회장이 한 번도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정부·여당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2년간 연이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강행에 대한 중소기업인의 불만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김 회장은 민감한 질문에 "(정부·여권이) 현실을 생각해줬으면 한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인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2013년에 박 후보자는 중기중앙회가 선정한 중소기업 우수 지원 기관(국회의원)으로 뽑히기도 했다"며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을 하면서 납품 단가 연동제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같은 부분에서 중소기업의 처지를 많이 반영했다"고 평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고객 연결해 일자리 창출할 것"

중앙회 차원에서 앞으로 기업 간(B2B) 수요·공급 매칭을 통한 시장 창출과 '스마트 일자리' 사업 등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노하우를 가진 벤처·스타트업과 제조업 중소기업 간 연결을 통해 서로 매출을 끌어올리고 판로를 개척하는 한편, 이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상시적으로 찾아서 연결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박람회 같은 일회적 행사를 통해 사람 대 사람으로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IT 기반으로 스마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중앙회가 찾아보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