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식음료를 포함한 국내 유통산업 투자 매력도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에서 만난 고든 조 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PE)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 업체간 경쟁 심화로 국내 유통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유통산업은 투자 매력이 높은 곳"이라며 "비용절감 차원에서가 아니라 가치 증대 차원에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에 참가한 고든 조 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 (PE)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조 대표는 미국 유명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TRG) 한국 대표를 지낸 인물로 지난 20여년간 식음료, 백화점, 화장품 등 소비재에 투자해 온 투자 전문가다. 그의 활약은 최근 더 돋보였다. 지난해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 등의 여파로 매드포갈릭·카페마마스·아웃백·할리스 등 사모펀드(PEF) 인수 외식업체들이 매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 대표가 이끈 로하틴그룹은 달랐다. 그는 bhc, 창고43, 그램그램, 불소식당, 큰맘할매순대국 등 5개 프랜차이즈의 출구전략(exit)에 성공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현재 그는 로하틴그룹의 한국사업을 승계해 엘리베이션 PE를 설립했다.

― 최저임금, 임대료 상승 등으로 유통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어떤 투자 매력이 있나.

"투자 매력이 크다. 엘리베이션PE는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고 증대할 수 있는 투자를 목표로 한다. 성장 할거라 생각하면 2~3% 정도 비용이 올라가는 건 큰 부담이 아니다. 상승하는 비용보다 더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할 수 없는 투자라면 처음부터 투자 가치가 없다고 본다.

임금이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임금이 항상 일정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거다. 임금 상승이 부담된다면 창의적 방법도 생각할수 있다. 맥도날드의 무인주문 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치 증대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을 돕는 투자를 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투자해 엑시트한 기업들 대부분이 성장했고, 고용도 늘었다."

― 국내 유통 업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제안한다면.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건 유통 업체들이 5년 전과 지금의 소비자가 다르다는걸 인식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활용하기 위해 정보기술(IT)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늘날 여러 식당에서 도입되고 있는 무인주문 시스템을 예로 들수 있다. 정보기술(IT) 투자하는걸 늘리고 이를 활용한다면 소비를 촉진해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다른 방안으로는 전문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어려울수록 더 집중해야 하고 혁신해야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면 이것도 불가능하다. 전문성을 얻으려면 사업을 깊이 분석하고,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회사의 구성원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등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일례로 bhc의 성공을 들 수 있다. 사업을 잘 이해하기 위해 경영진 및 구성원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시간을 들여 사업 구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로고를 바꿔 bhc의 기업 이미지를 바꿨고, 전지현을 광고모델로 발탁해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또 1년에 2번씩 신메뉴를 경영진과 함께 연구 개발해 내놓았다. 이전까지는 신메뉴 개발이 많이 부족했던 상태였다. 그 결과 인수 후 5년간 매출이 크게 성장했고, 폐점률도 크게 줄었다."

BHC 광고 스틸컷

― 유통 업계에서 사모펀드의 역할은 뭐라 생각하나.

"세계적으로 모든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국내 유통 업체가 즉각적으로 변화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사모펀드가 수익성이 나빠져 매물로 나온 업체를 인수한 뒤 이를 빠르게 변화시켜 수익성을 높인 사례들이 많다. 이런 변화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기도 한다. 유통 산업 변화를 촉진하는데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 유통 업체들에게 사모펀드 투자 조언을 한다면.

"유통 산업이 빠르게 변하면서 미국 백화점 체인 시어스, 장난감 업체 토이저러스 등 수십년 전통의 유통업체들도 파산하고 있다. 유통환경 변화에 맞춰 기술이나 인재확보, 인수합병 등을 위해 자금이 필요할 때 사모펀드 투자를 받으면 이런 위기를 피할 수도 있다. 사모펀드를 잘 이용하면 좋지만, 고민 없이 함부로 손을 잡으면 안된다. 2016~2017년 파산한 유통기업의 3분의 2 정도가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사모펀드 투자로 성공하기 위해선 먼저 사모펀드 업체가 얼마나 유통 업종을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특히 함께 일할 팀원들이 어떤 경험과 경력을 가졌는지, 어떤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 이 일을 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

"뭔가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사모펀드에 대한 국내 부정적 인식으로 힘들 때도 있었다. 사모펀드를 이른바 ‘먹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오해라고 생각한다. 업체명과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인수 뒤 엑시트한 업체의 일자리도 많이 늘렸고, 기업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급하게 엑시트 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회사를 발전시키는게 우리 역할이다. 최소 5년 이상 시간을 두고 회사를 이해하고 성장시키려고 한다."

― 향후 계획은.

"최근 엘리베이션 PE를 설립했기 때문에 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 로하틴그룹 시절 전문성을 쌓아온 소비재 사업의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또는 참여 후 매각) 투자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