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8세대 신형 쏘나타의 출고가 지연된 주요 원인은 시동을 걸 때 발생하는 ‘냉간소음’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현대차는 엔진 성능이나 안전과 관련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예정대로 출고를 할 예정이었지만, 지적사항을 보고받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냉간소음 문제를 완전히 개선할 때까지 출고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형 쏘나타

현대차 내부 관계자는 "지난 21일 공식 출시행사를 앞두고 진행된 사전 품질점검에서 냉간소음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이번주까지 냉간소음 문제를 해결한 뒤 다음주부터 쏘나타 출고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간소음이란 시동을 걸 때 엔진에 열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음을 말한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출시행사 전 현대차 연구원들과 직원, 협력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전점검에서 신형 쏘나타에 시동을 걸 때 소리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 24일 신형 쏘나타의 출고지연 사실을 알리면서 "감성적 소음과 미세진동 등 초기 감성품질에 대한 완벽한 보완을 위해 정밀점검을 강도높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냉간소음은 시동을 걸 때 잠시 나오는 소음인데, 본격 주행을 시작하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탑승자들의 대화를 방해하거나 오랜 시간 동안 귀를 거슬리게 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엔진 구동음이나 풍절음 등에 비해 심각한 소음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현대차가 쏘나타 출고지연 사실을 알리면서 냉간소음을 ‘감성적 소음’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출고되는 신차들도 냉간소음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대부분 출고를 미룰 정도로 적극적인 사전조치는 시행하지 않는경우가 많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식 출시행사까지 마치고 이례적으로 신형 쏘나타의 출고를 지연하면서까지 문제점 보완에 나선 것은 정의선 부회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 2일 현대차그룹 시무식을 주재하는 정의선 부회장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에 3세대 신규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소음을 잡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도어와 창문의 접합부와 창문의 재질을 바꾸고 두께를 강화하면서 흡차음재도 보강해 정숙성을 높였다. 그러나 사전점검을 통해 냉간소음은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 부회장이 완전한 문제 해결을 위해 출고를 미루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의 출고지연은 공장의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과 함께 고객들의 강한 불만까지 초래할 위험이 있어 최고위층의 결단이 없으면 이뤄지기 어렵다"며 "최근 현대차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 부회장이 완벽한 ‘품질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부회장의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1990년대 후반 취임 직후 ‘품질 제일주의’를 강조하며 현대차의 품질을 높이는데 많은 애를 썼다. 정 회장은 취임 초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막 출고된 승합차의 도어를 직접 손으로 수십차례나 열고 닫으며 접합부의 문제점을 직접 찾아냈을 정도로 품질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신형 쏘나타가 냉간소음 문제를 안고 고객 인도가 이뤄졌다면, 분명 중형세단 볼륨모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왔을 것"이라며 "정의선 부회장이 이번 쏘나타 출고 중단을 지시하면서 과거 정몽구 회장에 이어 ‘신(新) 품질경영’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