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라인에서 한 직원이 생산에 필요한 설계 회로도 기판의 이상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수요 부진, 공급 초과로 인한 상반기 반도체 보릿고개를 기술개발과 신제품 출시로 돌파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1~3월)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도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메모리 반도체발(發) 실적 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는 각종 전자기기나 데이터 센터의 수요가 주춤한데다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CPU가 부족하면 함께 들어가는 D램, 낸드플래시 재고는 쌓일 수밖에 없다.

26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보다도 더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4월 초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 설명 자료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어느 정도로 안 좋을 것인지 투자자들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1분기에 매출액 53조6473억원, 영업이익 7조9810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약 7조원이 줄고 영업이익은 거의 반 토막 나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디스플레이 등 일부 사업부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시장 전망보다도 실적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사전 공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데이터센터·스마트폰 수요 정체에 1분기 실적 ‘빨간불’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주요 제품들의 가격 하락폭 또한 당초 전망보다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사업 역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비수기가 이어지고 있고, 중국 패널업체가 캐파(생산 능력) 증설로 공급량마저 늘고 있어 당초 예상보다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플렉서블(휘어지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대형 고객사의 수요가 줄고 있는 점도 수익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LCD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디스플레이 사업부가 1분기 영업이익 감소를 주도할 것"이라며 "반도체 역시 데이터 센터 고객의 투자 지연과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으로 수요가 줄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부터 판매하지 못하고 넘어온 재고, 신규 캐파로 인한 출하량 증가가 지속돼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사정은 비슷하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액이 6조6195억원, 영업이익은 1조842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6개월 전 전망치와 비교해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원, 3조50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최근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1355억5700만달러(약 152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호황기였던 지난해와 비교해 14.2% 감소한 것이다.

◇ "5G 서비스 시작되면 반도체 수요 회복될 것"

두 회사는 하반기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내놓고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데이터 전송속도가 현재보다 두 배 빠른 차세대 D램 반도체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개발을 마친 3세대 10나노급 D램 양산도 본격화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하면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기기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지금은 시장이 위축돼 있지만 연구개발을 강화해서 기술을 축적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앞으로 10년간 경기도 용인에 120조원가량을 투자하는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집적단지)’를 만들어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SK하이닉스 공장과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자체적으로 개발한 차세대 기업용 SSD(저장장치) 시연에 성공,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2분기에는 2세대 10나노급 D램 양산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