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조원의 회사채와 차입금, 자산유동화증권(ABS)이 동반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재감사 '적정' 의견을 받으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6일 재감사 결과 적정 의견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지난 22일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지 나흘 만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확정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7조1834억원(전년 대비 8.9% 증가), 영업이익 282억원(전년 대비 88.5% 감소), 당기순이익 마이너스 1959억원(전년 대비 적자 전환)을 기록했다.

적정을 받긴 했지만 적자 폭이 200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재감사 결과 적자 1000억 늘어…최종구 "대주주, 책임있는 자세 필요"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재감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감사 결과 적자 폭이 어느 정도나 늘어날지가 관건이었다.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사유가 '범위 제한'이었던 만큼, 재감사로 인한 실적 변동 폭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안되는 분위기였다. 금융권 일각에서 "아시아나가 투자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불러왔다"고 우려했던 이유다.

이번 재감사 결과 늘어난 적자 폭이 당기순손실 기준으로 1000억원 규모인 만큼, 큰 부담은 덜었다고 할 수 있다. 한 회계사는 "이 정도면 애초에 감사인 의견을 받아들이지, 뭐하러 소동을 일으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재감사 결과 부채비율 814.9%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1000%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1000%를 넘으면 기한이익상실(금융기관의 대출 회수)이 발동돼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

그래도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추가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전날 기자들에게 "아시아나항공과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현재 BBB-인 아시아나항공 회사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대상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실제 하향 조정되면 1조2000억원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이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하는 상황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가 부실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영구채 발행에 총력을 기울이다가 영구채가 부채로 인식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뒤 흐지부지됐다.

◇돈 없는 최대주주…지분 희석시 경영권 분쟁 우려도

문제는 금호그룹의 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가진 최대주주 금호산업은 작년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400억원에 불과하다. 건설사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이상으로 자본 여력이 부족하다.

금호산업의 최대주주인 금호고속도 마찬가지다. 최상단에 있는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또한 잃어버렸던 금호그룹을 되찾는 과정에서 상당한 출혈을 감내한 만큼 추가 자금 여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고속은 조만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만으로는 여의치 않다.

일각에서는 유상증자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을 금호그룹이 염려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 환경이 많이 악화돼 있긴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빅2' 국적 항공사고, 그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경영권 공격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추가 자본 확보와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