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익률이 부진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코스닥벤처펀드(이하 코벤펀드)가 올 들어 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코스닥지수가 많이 올랐을 뿐 아니라 공모주 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쓴맛을 본 투자자들은 코벤펀드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새로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운용사별로 펀드 운용 전략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 고르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펀드 운용사의 기존 공모주·중소형주 투자 실적과 자신들만의 차별화 전략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죽었다 살아난 코벤펀드

지난해 4월 정부 주도로 출범한 코벤펀드는 3조원에 이르는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는 인기를 모았다. 혁신 성장을 내세운 정부가 벤처 육성책을 잇따라 발표한 데다 코벤펀드에 3년 이상 투자할 경우 투자금 3000만원 한도 내에서 10%(최대 3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세표준이 6000만원인 근로소득자가 코벤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할 경우 연말정산 때 본인 세율(26.4%)에 해당하는 26만4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일본 증시가 동반 급락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지수가 전날보다 16.76포인트(2.25%) 하락 마감했다는 시세가 표시됐다.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로 미국 달러 같은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1원 올랐다.

하지만 코벤펀드 출범 이후 코스닥지수가 연거푸 폭락하면서 수익률이 마이너스 두 자릿수대로 곤두박질 쳤다. 더 떨어질까 겁이 난 투자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손절매'에 나설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코벤펀드가 달라졌다. 지난 24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 12종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1.71%로 집계됐다. '현대인베스트벤처기업&IPO' 펀드가 17.63%로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다. 'KB코스닥벤처기업1' 펀드는 15.65%,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 펀드는 15.48% 수익률을 내고 있다. 덩치가 가장 큰 'KTB코스닥벤처1' 펀드의 수익률도 12.36% 수준이다.

우선 연초 이후 코스닥지수가 크게 반등한 것이 코벤펀드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코벤펀드는 운용 자산의 50% 이상을 코스닥 종목으로 담아야 한다. 지난해 내내 부진했던 코스닥은 올해 들어 11.14% 올라 코스피(8.8%)보다 상승 폭이 컸다. 기관·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나타났다.

또 올해 코스닥 공모주 시장이 흥행한 것도 호재다. 코벤펀드는 전체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KTB운용은 최근 청약해 펀드에 담았던 천보, 에코프로베임 등의 새내기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수익률이 빠르게 회복했다. 황준혁 KTB운용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공모 시장 분위기가 썰렁했을 때 미리 좋은 기업을 물색해 찜을 해뒀던 게 수익률 회복에 효자 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운용사의 과거 성과와 차별화 전략 살펴야"

하지만 올해 반짝 오른 수익률만 보고 코벤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코벤펀드는 3년 이내에 해지하면 이미 환급받은 세금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펀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같은 코벤펀드라도 운용사마다 운용 전략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펀드 투자설명서를 확인한 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운용사를 찾아야 한다. 펀드 자산의 70%를 코스닥 주식으로 채우고 위험도가 높은 선물·인버스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운용사가 있는가 하면, 철저한 자산 배분으로 하락장을 방어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운용사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코스닥 중소형주나 공모주 또는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채권) 투자 경력이 많아 노하우를 가진 운용사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코스닥 펀드, 중소형주 펀드라고 이름을 붙여 놨더라도 코스피 대형주의 비중이 높은 펀드도 많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최근 3년간 수익률을 기준으로 KTB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이 중소형주 펀드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코벤펀드의 가장 큰 강점인 만큼 공모주 펀드 운용 실적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스닥벤처펀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코스닥 공모주 30% 우선 배정, 3년간 펀드 유지 시 투자금의 10%(최대 300만원)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주는 대신, 코스닥·벤처 기업에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투자하도록 만든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