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가 아시아나항공(020560)으로부터 받게 될 카드결제대금을 지난해 말부터 유동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받아야 할 카드값을 유동화해 미리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예컨대 아시아나항공 직원이 법인구매카드로 항공유 등 물품을 구입하면, 신한카드는 추후 입금될 카드대금매출채권을 미리 매각해 리스크를 줄인 것이다. 신한카드는 투자자들의 니즈(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유동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이 실제 손실을 볼 확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화 규모에 대해 신한카드는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지난 2월 발행한 전자단기사채만 해도 110억원 규모에 달했다. 전체 규모는 수백억원 단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공항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25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해 8월 아시아나항공과 협의 하에 카드결제대금채권 구조화를 추진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을 통해 '지니제일차'라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었다.

신한카드 입장에서 설명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카드대금을 지니제일차에 넘겨 리스크를 줄인 것이다. 지니제일차는 전자단기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신한카드에 대금을 넘겼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예정대로 카드결제대금을 지급하면 그 돈을 만기일에 소액의 이자와 함께 지급받는다. 감사의견 한정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나항공이 카드값을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는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무난히 소화됐었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3~6개월 단위로 카드결제대금을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당장의 자금 부담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카드값 결제 부담을 뒤로 늦춰서 좋고, 신한카드는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윈윈 구조'라 성사된 딜"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당장 카드결제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취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니제일차 전단채가 곧바로 부실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이 한 단계 더 하향 조정되면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생해 약 1조2000억원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2500억원 상당의 은행 채무를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엔 당연히 카드결제대금도 제때 완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한 구조화금융 전문가는 "개인이나 법인이나 당장 담보대출에 문제가 생긴다면 카드값 결제는 뒤로 물리지 않겠느냐"면서 "담보가 있는 ABS보다 카드결제 유동화 상품의 안정성이 훨씬 더 취약하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한 채권 전문가는 "아시아나항공의 무담보선순위채권과 상환 순위가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 등급을 하향 조정 대상에 등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큰 폭의 순차입금 감축에도 여전히 재무부담이 높은 가운데 회계정보의 신뢰성 저하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저하되어 유동성 위험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회계학 교수는 "감사범위 제한이라는 것은 결국 회계법인이 기업 재무제표를 다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회계법인이 다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현재 신용등급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지니제일차 전단채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이 구조화를 담당했고, 전문투자자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까지 상당량 팔렸다. 지난 2월 18일 발행된 만기 3개월 전단채의 경우 투자자들은 고작 투자 한달만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