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공동주택 공시가 확정을 앞두고 지난해 고점보다 수억원씩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잇단 정부 규제에 보유 부담을 느낀 집주인이 매물을 서둘러 내놓는 것인지, 6월 1일 보유세 과세를 앞두고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증여를 하는 것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다주택자들이 일단 정부 규제에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 들어선 아파트 전경.

서울 부동산정보광장 분양권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보라매SK뷰’ 전용 84㎡ 9층 분양권은 올해 3월 7억762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말만 해도 같은 면적이 10억45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3억원가량 떨어진 셈이다.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 전용 84.98㎡ 분양권도 1월 11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고점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2억3000만원 내려간 수준이다.

강동구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전용 84㎡도 지난 1월 9억8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9월(13억원)보다 3억2000만원 하락했고,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14.14㎡도 지난해 8월 31억원에 매매됐는데 같은 면적이 이달 3억5000만원 정도 내린 27억5000만원에 팔렸다.

최근 나오는 급매물 중엔 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아파트가 많다. 업계는 거래 빙하기가 이어지면서 자금 부담에 시달리는 집주인이 내놓은 매물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달 22일까지 3월 아파트 거래량은 1237건으로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월 거래량도 전년도 같은 갈의 14.2% 수준인 1583건에 그친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4월 공동주택 공시가 확정을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증여에 나서는 영향도 있다고 보고 있다. 4월 말 공동주택 공시가가 확정되면 6월 1일부터 보유세가 과세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증여를 택했다는 해석이다.

서성권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지금 급매물이 나오는 배경을 살펴보면 조금 이르긴 하지만 자금난을 겪는 다주택자들이 어쩔 수 없이 매물을 내놓는 경우도 있고, 보유 중인 집 가운데 가격 상승 기대가 낮은 집들을 정리하는 차원일 수도 있다"며 "다만 지금과 같은 부동산 규제 기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경기권에서부터 급매가 나오면서 서울 외곽으로 이어지는 이런 현상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