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012330)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해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은 그가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되면서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를 맞게 됐다.

현대차는 22일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이사회를 열어 정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기존 정몽구 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부사장 등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정 부회장이 추가된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이 22일 회상회의로 진행된 현대모비스 이사회에 참석해 이사진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번 이사회 결의를 통해 현대차 입사 후 20년만에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그는 1999년 현대차 자재본부 구매실장으로 입사했고 영업지원사업부 부장,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현대모비스도 이날 주총이 끝난 뒤 개최한 이사회에서 정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 부회장과 함께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도 임기가 만료된 임영득 전 사장에 이어 새롭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 부회장은 앞서 지난 15일 열린 기아자동차주총을 통해서는 비상근이사에서 사내이사로 직급이 변경됐다. 이를 통해 그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004020)등 그룹의 최고 핵심 계열사 4곳의 사내이사가 됐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로 선임되고 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사내이사로 경영권을 장악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을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종합 솔루션기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수소전기차 넥쏘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 후 기념촬영하는 정의선 부회장(오른쪽)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차량공유(카셰어링) 등을 그룹의 중요한 미래 신사업으로 보고 몇 년 전부터 그룹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는 지난해 현대차가 출시한 수소전기차 넥쏘의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그랩 등 여러 모빌리티 기업과의 협업에도 박차를 가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여러 분양에서 외부 인재를 수혈하고 직급체제 개편과 복장 자율화 등 전반적인 그룹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다"며 "그가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의 개혁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