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산업의 VR(가상현실) 혁신은 5G(5세대 통신)의 등장과 함께 가속할 것입니다."

피터 샤프(Peter Sharp) 터브만 아시아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조연설 후 이어진 첫 번째 대담인 '가상현실이 바꾸는 오프라인 매장'에 참석해 "유통산업이 VR과 AR(증강현실) 기술이 결합하면서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실시간 반응·현실감 등 제약을 해결하려면 통신 속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 대담에서 사회자 정동섭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왼쪽)와 피터 샤프 터브만 아시아 대표(가운데), 이해섭 베이더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토론하고 있다.

샤프 대표는 "드레스를 구입하려는 고객이 VR로 착용감이나 핏을 확인하기는 아직 어렵다"면서 "실감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선 5G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 사회를 맡은 정동섭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는 "VR 기기들의 경량화, 가격대도 개선해야할 부분으로 보인다"며 "가정에서 이용하기에는 공간적 제약도 존재한다"고 했다.

패널들은 VR 등 신기술 도입이 글로벌 유통업체의 생존에 필수 전략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샤프 대표는 "최근 월마트와 루이비통, 아마존 등이 VR 관련 IT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하고 있다"며 "기존 리테일 환경의 한계를 느끼고 이를 뛰어넘는 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패널로 함께 참석한 아시아 최대 VR플랫폼 개발사 베이더엔터테인먼트의 이해섭 대표는 "VR 기술은 화두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고객의 오감을 만족할 기술로 유통 산업에서 각광받을 것"이라고 했다.

샤프 대표는 VR 혁신이 가장 빨리 찾아올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꼽았다. 그는 "삼성전자가 최근 주주총회에서 다양한 산업에 5G 기술 적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일본도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VR혁신은 한국과 일본에서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담에서는 VR이 기존의 쇼핑 공식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사례도 제시됐다. 이 대표는 "디지털 쇼핑 도우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리테일 매장에 오는 고객들에게 재고와 가격비교를 VR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제품을 실제 쓸 때의 모습도 예측할 수 있다. 가구 매장의 경우, 집에 배치했을 때의 어울리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프 대표는 AR이 VR보다 먼저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스마트폰 앱을 실행한 뒤 옷을 고르고 크기를 선택하면 해당 제품을 입은 3차원(3D) 가상 마네킹에 다양한 의상을 입혀보고 360도 각도에서 옷 맵시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유통업체들이 당장 VR 기술 도입에 나서야 할지에 대해서는 패널간 의견이 갈렸다. 샤프 대표는 "고객들이 수용할 준비가 됐는지를 따져봐야할 것"이라며 "앞으로 2~3년간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기술이 상용화된 후에 진입하려고 시도하다간 늦을 수도 있다"며 "시행착오를 미리 겪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