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회사들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수주로 일감 가뭄 해소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올해 ‘탱커’ 시장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탱커는 원유·석유제품 같은 액체 화물을 실어나르는 상선을 말한다.

21일 현대차증권은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탱커 발주량이 3300만DWT(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t수)로 지난해(2300만DWT)보다 4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탱커 선종 중 MR(미들레인지 석유운반선) 탱커의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 MR 탱커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중형 조선소인 현대미포조선의 주력 선종이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MR 탱커의 월별 발주추세를 살펴보면 2017년 중반 발주량 정점을 찍은 후 소강상태"라며 "MR탱커는 전반적으로 수급개선이 향후 2~3
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탱커 특수 기대감은 노후 선박의 교체 수요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탱커 선복량(적재량) 증가율은 2017년보다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폐선율은 3.6%를 기록했다. 지난해 폐선율 증가율은 2015~2017년 평균(0.9%)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탱커 신규 발주가 드물지만 선령 문제로 폐선된 선박이 많다는 의미다.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탱커 폐선 싸이클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진행됐다"며 "탱커의 선령이 20~25년인 것을 감안할 때 교체수요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늘린 점도 탱커 발주에 한몫하고 있다. 탱커 수요가 원유 물동량 증가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2020년 미국 원유생산량이 하루 119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말보다 130만배럴 늘어난 수준이다.

배 연구원은 "정제설비 증설이 거의 없어 원유 생산량 증가는 원유 수출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