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이 사실상 인재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정부가 수조원대 손해배상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 지열 발전소는 민간 기업인 넥스지오가 소유해 운영했다. 그러나 정부가 함께 추진한 민관 협력 프로젝트로 시작했고, 이후 운영 과정에서도 정부가 개입해 왔다. 게다가 업체는 사실상 파산 상태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소송인단을 구성해 포항 지열 발전소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업체인 넥스지오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정부가 소송 대상이 된 것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이 발전소 설립과 운영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발전소는 2010년부터 기획돼 2012년 착공됐다. 투입된 사업비 391억원 가운데 185억원을 정부가 냈다.

기존 소송은 "지진 피해에 대한 1인당 위자료를 5년간 하루 5000~1만원씩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초기 소송 참여자는 70여 명으로 전체 배상액은 2억원이었다. 그러나 조사 연구단의 발표 이후 소송 참여자가 늘면 배상 청구액도 급증할 전망이다. 모성은 대책본부 대표는 "포항 시민 전원이 참여하면 배상 요구 총액이 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넥스지오는 사업이 중단되면서 작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앞으로 배상 판결이 나오면, 정부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배상 책임 여부는 '지열 발전의 지진 촉발 가능성을 미리 알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소송 대리인인 법무 법인 서울센트럴 측은 "지열 발전소로 인해 진도 3.0 미만의 작은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정부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자체 조사를 해보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열 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 사업의 진행 과정 및 터 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을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했다.